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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주거복지정책이 장기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행복주택' 사업이 첫삽을 뜨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연간 11만호의 공공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행복주택 사업은 서울 양천구 목동·송파구 잠실 등 시범지구로 지정된 7곳의 지역 주민들이 모두 개발을 반대하는 상황으로, 연내 1만가구 공급은 차치하고 2000가구 착공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오는 2017년까지 행복주택 20만가구를 짓겠다는 정부의 원대한 목표 역시 대폭 수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12·3 부동산대책'을 통해 행복주택 물량을 기존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6만가구 줄이기로 했다. 대신 줄어든 6만가구는 국민임대주택으로 채워넣기로 했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등 젊은층에 공급하기 위해 도심 가까운 곳에 짓는 임대주택으로, 사실상 입지 및 입주 대상자만 다른 국민·영구임대주택의 일종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공급 물량을 큰 폭으로 줄이기로 한 것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허점이 곳곳에서 노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행복주택 역시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보금자리주택 사업처럼 새 정부 들어서자마자 사라질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5월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충분한 수요 조사는 물론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 실적 위주로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7조원의 재정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LH와 정부가 대부분 분양사업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공공 임대주택 공급 물량 부족으로 오히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망 확보를 어렵게 했다고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14년도 경제·산업부문 정부 성과계획 평가' 보고서를 통해 행복주택 사업에 대해서도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이전 정부 때 불거졌던 LH 부채 문제가 여전한데다 경제적 타당성도 미흡한 상태여서 지금처럼 공급 실적 위주로 추진되면 행복주택 역시 공급 중단·지연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태훈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행복주택 사업지구별 예비 타당성조사 등 객관적인 사업성 검토 작업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복주택 사업은 주거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어서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분류된다.

행복주택 사업이 흔들리면서 현 정부의 주거복지정책도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박근혜정부는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연 평균 13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되 이 중 11만가구를 임대주택으로 채우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행복주택 사업이 계속 난항을 겪을 경우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행복주택 사업에 막대한 정부 재정(최소 6조원)을 투입하면서도 정책 효과는 미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행복주택과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등은 지난 대선 당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인데 현 정부 들어 시장과의 조율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된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행복주택 사업을 포함한 주거복지 공약 전반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대안 마련 등 정책 보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kdw128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