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가계, 이대론 안된다] 개인회생 신청 62%가 '중산층 이상'
최근 2년 새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불이행자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중위소득 범위 이상의 중산층·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산층 붕괴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경제 불안을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일보 취재팀이 1일 2012년과 2013년 사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들 중 526명의 개시신청서·채권자 목록·재산목록·자술서 등 관련 문건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분석 대상 442명(가족 미기재 37명, 기각·대상 47명 제외) 가운데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각각 256명과 19명으로 57%, 5%를 기록했다.
반면 저소득층은 38%인 169명에 머물렀다. 중산층 범위는 통계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중위소득의 50∼150%를 적용한 연간소득(2012년 3인 기준 1839만∼5518만원, 4인 기준 2124만∼6384만원)을 통해 산출했다.
조사 결과 1인당 채무액(479명 기준)은 최소 1021만원에서 최고 13억3990만원, 평균 2억5046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1인당 월평균 소득 209만원의 12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들은 특히 개인회생 신청 전까지 연 30∼40%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대부업과 사채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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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사채 규모는 전체 1202억원의 18.2%인 220억원으로 ▲카드·캐피탈·할부금융 16.1%(193억원) ▲배드뱅크·보증보험 12.1%(145억원) ▲저축은행 6.8%(81억원) 등 2·3 금융권 비중이 컸다. 은행은 30.8%(371억원)였다. 특히 중산층의 대부업·사채 비중이 18%로 저소득층(20%)과 비슷했고 고소득층도 11%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사채가 6000만원으로 등록 대부업 이용자 1인당 대출액 300만원의 20배에 이르렀다. 미등록사채 이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상당수 채무불이행자가 여전히 협박·가혹 행위 등 불법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6세였고 재산 규모는 2188만원에 불과했다. 파산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개인회생 신청자가 5년에 걸쳐 최저생계비의 150%를 뺀 가용소득을 변제액으로 충당하고 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불안정한 직업과 소득에다 까다로운 변제조건으로 회생과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거 형태의 경우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248명이 전월세여서 향후 전월세난 심화 때 생활고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법원 내 도산전문가로 꼽히는 정준영 부천지원장은 "중산층 파산은 전 세계적 현상이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면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들의 최저생계비를 대폭 인상하고 주거비용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도 "근로소득과 부동산에 의존했던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문제는 빚 없이 당장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계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47명은 소득 불분명, 은닉재산, 변제계획 이행 불투명, 신청인 포기 등의 이유로 기각 혹은 비인가·폐지 판결을 받았다.
특별기획취재팀=주춘렬(팀장)·나기천·김예진·조병욱 기자 investigati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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