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셰일가스 무섭게 퍼올리는 중국.. 한국 산업계 非常

호경업 기자 2014. 4. 2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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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수출 50% 차지하는 석유화학 기업 등 직격탄 우려] -스모그 해결 위해 개발 시작 셰일가스 매장량 1위 중국.. 2년만에 생산량 50배 늘어나 BP 등 글로벌기업들 중국으로 -최소 3년 뒤, 한국에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약화.. 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 악영향 화학·素材기업 존립 위태로워

한국 산업계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을 태평양 건너 먼 나라 얘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붐과 이에 따른 석유화학산업 호황이 먼저 유럽의 석유화학 경쟁력을 도태시키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셰일가스 붐이 일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석유화학 생산량의 절반이 수출이고, 수출량의 절반이상이 중국으로 향한다. 따라서 중국의 셰일가스 붐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엄청난 변수인 셈이다. 최근 들어 우려했던 시나리오대로 중국에서 셰일가스·오일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2년 3000만㎥ 규모로 시험적인 상업 생산을 개시한 중국 셰일가스 산업이 지난해 2억㎥로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추세로 가면 내년 셰일가스 생산 규모가 목표치인 65억㎥를 웃돌아 100억㎥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 최대 1000억㎥ 생산량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럴 경우 2020년 중국의 천연가스 예상 수요량(3080억㎥)의 26%를 셰일가스로 충당할 수 있다. '중국발 셰일가스 혁명'이 코앞에 온 것이다.

◇중국 스모그 해결 위해 셰일가스 개발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인 페트로차이나(CNPC·中石油集團), 시노펙(Sinopec·中石化),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中海油), 옌창석유(延長石油) 등 4개 업체에 광산 탐사권을 부여해 셰일가스를 개발 중이다. 여기에 엑슨모빌· BP·쉘·토털·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오일 메이저 등이 이들 중국 기업과 손잡고 개발에 가세했다.

당초 중국에서는 셰일가스 개발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셰일가스 개발 작업은 한 개의 유정(油井)을 개발할 때마다 작은 저수지 1개가 필요할 정도로 물을 많이 사용한다. 중국은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이다 보니 미국에서처럼 쉽게 셰일가스를 뽑아내기 힘들 것이라 본 것이다. 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오일 메이저의 합류로 이 같은 전망도 무색해졌다.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는 "채굴 기술 발달은 중국 셰일가스 개발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특정 산업이 급성장하는 전환점)를 앞당기며 현재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6월 기술적으로 개발 가능한 중국 셰일가스 매장량을 31조㎥로 세계 1위의 셰일가스 보유국으로 평가했다. 미국(18조㎥)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분초(分秒)를 다퉈 중국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셰일가스 붐 영향을 받은 탓이 크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중국의 '미세 먼지 대란' 때문이다. 중국은 에너지원으로 석탄에 70%를 의존한다. 전 세계 평균 24%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도시마다 살인적인 미세 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청정에너지원인 천연가스 비중은 2010년 기준 4%에 불과하다. 결국 중국 정부는 석탄 사용을 줄이고 천연가스 사용을 높여 '스모그'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려면 천연가스의 일종인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길이다.

◇3~6년 뒤 한국 산업에 메가톤급 영향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국내 산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셰일가스는 석유보다 가격경쟁력이 높다.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제품을 만들어낸다. 값싼 셰일가스의 부산물인 에탄을 주원료로 한 제품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셰일가스 개발→관련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상업 시판'까지 3~6년이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 시노펙은 작년 6월 셰일가스 등을 원료로 하는 에틸렌 플랜트를 칭다오(靑島)에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중국 정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투자비가 31억달러(3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조만간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 내 석유화학 설비 신증설 붐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에서 재연될 경우 한국은 석유화학은 물론이고 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연구조사본부장은 '중국 셰일가스 본격 개발의 영향과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 이어 중국마저 셰일가스를 화학 소재의 원료로 사용할 경우 수출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석유화학은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셰일 가스(Shale Gas)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 퇴적암층에서는 오일(oil)도 추출되며 이를 '셰일 오일'이라고 부른다. 파이프로 지하 2㎞ 이상을 파고 내려가 화학물질을 첨가한 물을 강하게 뿌려 암반을 분쇄하고 이 암반에 갇혀 있던 가스·오일을 뽑아낸다. 최근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채굴 비용이 내려가면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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