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10%뿐..돈 안되는 진료과목 없애고 환자 거부

2014. 5. 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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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공성 무너진 나라-③ 공공분야까지 파고든 돈의 논리 / 의료

병원에 입원해야 할 만큼 몸이 아프면 당연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을 사람들이 선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은 의료 인력의 따스한 손길보다는 각종 고가의 검사 등을 받으면서 병원의 수익에 보탬이 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의료가 전체의 9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병원의 수익 추구를 더욱 부추기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 비싼 검사만 잔뜩, 환자는 돈인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성, 즉 전체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은 62%가량이다.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80~90%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많이 낮다. 국내 병원들이 정부나 건강보험 쪽의 규제를 덜 받으면서 수익이 많이 남는 비급여 진료 영역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병원의 비용 대비 수입은 간호 서비스 등 건강보험 적용 항목은 75% 수준이지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각종 비급여 항목은 190%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각종 고가의 검사 장비 등을 매우 빠른 속도로 들여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1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엠아르아이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19.9대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인 12.5대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그 단적인 예다. 2005~2011년 국내 엠아르아이 기기 대수는 6년 만에 81.9%나 늘어났고, 엠아르아이 촬영 횟수 증가율은 같은 기간 한 해 평균 13.3%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수술에서도 나타난다. 기존 수술법에 견줘 최고 10배나 비싼 로봇수술 기계도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30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인데도 2010년 기준 33대나 수입돼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다.

반면 입원 환자라도 의사나 간호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우리나라의 활동 의사 수는 201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2명으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3.2명)보다 한참 적다. 간호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이시디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2.3명이다. 이는 오이시디 평균(9.3명)의 25% 정도로, 비교 가능한 2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최저 수준이다. 간호사가 많은 룩셈부르크나 스위스 같은 나라는 인구 1000명당 16명이 넘는다. 김윤미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 인력이 많을수록 간호 서비스 수준이 높아지고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국내외 연구에서 모두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OECD 평균 75%에 크게 못미쳐영리화 심각한 미국도 25% 육박민간병원, 수익성 낮은 분야 외면감염전문 인력 등 인프라 안갖춰2009년 신종플루때 정부 우왕좌왕박근혜정부 의료영리화 가속화"세월호처럼 국민안전 위협 심각"

■ 적정진료할 공공의료는 무너지고

민간병원 90%, 공공병원 10%(병상 수 기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치다. 의료 영리화가 가장 심각하다는 미국조차 공공의료 비율이 24.9%이며, 오이시디 평균은 75.1%다. 우리나라는 공공병원 비중이 너무 적어 정부가 적정의료를 추진하거나, 국가 재난 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정도다.

열악한 공공의료의 폐해는 2009년에 여실히 드러났다. 전염성이 강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세계를 휩쓸 당시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민간병원들은 수익이 되지 않는 감염전문 인력이나 격리병동 등 인프라가 전혀 없었다. 신종플루 환자를 일반환자들이 꺼려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도 많았고, 급조한 컨테이너에서 치료받는 환자들도 대거 등장했다. 우리나라 최대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신종플루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하다 여론에 밀려 합류한 일도 있었다.

공공병원마저 수익에 내몰린 점도 심각하다. 공공병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진료과를 없애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작성한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곳은 5곳,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7곳이나 됐다. 신경과(12곳)·정신건강의학과(19곳) 등 주요 진료과목에서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지난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적자가 심하다며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기도 했다. 지방의료원도 수익을 위해 주요 진료과목은 없애는 대신 장례식장, 건강검진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 박근혜 정부, 의료 영리화 가속화 현실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의료 영리화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나온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보면 정부는 의료법인 병원들이 영리 자회사를 세워 각종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또 거대 통신회사들의 이해에 맞춰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 3월 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으로 환자들의 의료비가 폭등하는 것은 물론 수익을 좇아야만 하는 병원들이 환자들의 안전까지도 등한시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9일 성명을 내어 "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세울 수 있고 원격의료를 허용해 거대 통신회사가 인프라를 깔게 하는 등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면 병원과 통신회사는 수익을 크게 남길 것이다. 미국에서 드러난 것처럼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사망률이 약 2%포인트 높다. 안전을 등한시하고 수익을 중심에 두다 보니 세월호 침몰 사건이 나타난 것처럼, 의료 영리화 정책은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소연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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