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공룡 이케아의 '말 안 통하는' 상생

김설아 기자 2014. 6. 1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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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표 가구공룡 '이케아'의 한국 상륙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케아는 올 하반기 광명 1호점을 시작으로 고양시와 서울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케아의 꼼수'가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겉으로는 지역 상인들과 상생 제스처를 취하면서 정작 이를 지키려 하지 않는다는 것.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케아의 두 얼굴 행보를 짚어봤다.

"이케아가 오는 9월25일로 잡고 있는 광명 1호점 오픈을 앞두고 광명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상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케아의 이중성을 폭로한 이는 국내 가구산업을 연구하는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의 정명렬 소장. 그는 지난 3일 서울 역삼동 CNN the Biz 강남교육연수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케아의 반상생 행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광명시 이케아코리아 1호점 계약부지

◆주차장에서 가구 팔아라!

이케아는 지난 4월29일 광명지역 소상공인연합회와 '광명시 가구유통산업의 보호 및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케아 광명점 입점으로 가구유통 중소상인들의 피해 예방과 지원책을 강구하기 위해 만든 합의안에는 ▲지역사업 적극 협력 ▲광명시민 우선 채용 ▲사회공헌사업 적극 참여 등 4가지가 담겨 있다.

이케아는 이 협약에서 광명 1호점 내 매장 일부를 공동전시·판매장으로 만들어 광명시 가구조합에 5년간 무상으로 임대해 주기로 약속했다. 가구를 전시하고 주문·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이 창출되도록 협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7월부터 5차례에 걸친 진통 끝에 극적으로 이끌어 낸 협상 결과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케아가 약속한 공간은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1157㎡(약 350평) 규모의 1층 주차장 출입구 쪽이며, 그것조차 아직 착공도 안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케아 광명점은 건축연면적 25만6168㎡(약 7800평)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주차장(지하2층~지상1층)과 매장(지상2층~지상3층)으로 구성됐다.

정 소장은 "이케아는 협약 당시 '일부'라는 단어를 넣음으로써 공동판매전시장이 매장 내부가 될지, 주차장이 될지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케아가 상생협약을 적극적으로 지킬 의지가 있다면 공동판매장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가는지, 제품군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미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소장은 "현장에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주차장 공동전시판매장에 대한 공사는 아직 착공도 안했다"며 "준공 예정일이 몇 달 안 남았는데 4개월 동안 판매장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시공 도중에는 설계를 바꿀 수 없다는 게 해당 건설사 책임자의 말이었다"고 말했다.

광명시 가구거리의 한 상인도 "상생협약 이후 추후 논의되거나 진행된 사항은 없다"며 "판매장이 마련된다고 해도 주목도가 낮은 주차장에서 얼마나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마찰을 빚는 건 가구업계 뿐만 아니다. 이케아 광명점 내부에는 롯데그룹의 프리미엄 아웃렛과 연결되는 통로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케아가 당초 LH공사로부터 매입한 부지의 약 36%를 KTB자산운용을 통해 롯데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케아 입장에서는 매장 건축면적을 줄이는 대신 롯데의 고객과 브랜드, 그리고 복합 쇼핑몰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얻은 셈이지만 소상공인들은 영업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소상공인들은 롯데 부지에 롯데쇼핑이나 백화점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유명 브랜드가 포함된 패션 아웃렛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광명 구도심의 패션문화 거리 상권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문화거리 한 상인은 "중간에 KTB자산운용이 끼어든 것 뿐, 롯데와 이케아 양측이 서로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해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상인을 파트너로 하는 상생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케아가 공고한 '광명점 500명 채용' 역시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케아 측은 정규직 300명 이상을 광명시민으로 우선 채용하고, 배송·조립 등 비정규직 채용 인원도 광명시민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고 공언했다. 세실리아 요한슨 이케아코리아 광명점장도 지난달 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역상생 차원에서 광명점에 500명의 임직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명시 이케아코리아 1호점 투시도

◆광명시민 500명 채용, 진심?

그러나 지난달 광명에서 열린 이케아 채용설명회에서 언급된 근로자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15~40시간이다. 급여나 파트타임(4대보험 적용여부 포함)의 시급은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는 '1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이케아 광명점 적정 정규직 인력은 140~180명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광명점 매장보다 큰 이케아 해외 매장의 점포당 평균 인력도 430여명에 그쳐 500명은 과장된 채용인원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500명을 뽑겠다가 아니라, 정규직 채용인원과 파트타임 시급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언급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소장은 "어떤 나라든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면 길을 잘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케아 광명 1호점이 중요한 이유도 제반적 여건과 환경, 제도, 시스템 등이 추가로 생길 이케아 2,3호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이제 이케아가 한국 가구시장을 집어삼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샘과 리바트 등 국내 가구업계도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케아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최대한 (상인들과) 의견을 조율해 맞춰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공동전시 판매장이 주차장에 마련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미착공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하반기 오픈에는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용인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500명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맞다"며 "이는 파트타임과 풀타임 직원이 모두 포함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파트타임을 정규직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정규직과 복지혜택은 동일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케아의 의견만 크게 반영된 '불공정 상생'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케아는 194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홈퍼니싱기업으로, 전세계 42개국에 34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브랜드가치 31위로 현대자동차그룹(61위)보다 순위가 높다. 매출규모는 40조원에 이른다.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에 비하면 외형이 70배가량 크다.

이케아는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다양한 홈퍼니싱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브랜드다. 2013년 기준 이케아의 전세계 매출은 292억유로(한화 약 44조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6.2% 증가한 수치다. 이케아는 국내시장에서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www.moneyweek.co.kr

) 제3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부들의 로망' 상륙에 떨고있는 가구업계 이케아 코리아 "2020년까지 매장 5개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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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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