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소주 참 달다.. 근데 소주가 왜 달까"

인터넷뉴스본부 천선휴 기자 2014. 7. 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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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소비 1위 불구 하이트진로·롯데주류는 "첨가물 공개못해"미국 등 선진국은 사용금지한 감미료 '스테비오사이드' 사용 논란식약처 "안전하다 판단".. 소보원 "식약처 기준 지켰는지만 확인"

퇴근 후 팀 회식에 참석한 C(51)씨. C씨와 자리를 함께한 직장동료는 '오늘따라 참 달다'며 소주를 들이켰다. 동료의 모습을 본 C씨는 수십 년 전 한국을 들썩이게 한 '사카린 소주 파동'이 문득 떠올랐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소주에 사카린을 넣는지 궁금해진 C씨는 소주병에 적힌 작은 글씨들을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소주병엔 첨가물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적혀 있지 않았다. C씨는 과자나 음료 등 가공식품 뒷면엔 성분 표시가 적혀 있는데 왜 소주병에선 찾을 수 없는지 궁금해졌다.

한국인의 소주 사랑은 각별하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1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인당 연간 평균 9.16ℓ(2012년 기준)의 알코올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소주를 통해 소비한 알코올이 1인당 5.69ℓ로 가장 많았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토록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주에 어떤 첨가물들이 들어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른 가공식품들처럼 제품 뒷면에 성분 표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C씨가 소주병을 구석구석 훑어봐도 첨가물 정보를 찾지 못한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소주에는 어떤 첨가물이 포함돼 있는 걸까. 제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소주에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물과 주정 외에도 설탕, 결정과당, 토마틴 등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하지만 부드러운 목 넘김과 은은한 향을 만드는 첨가물의 비밀은 알려져 있지 않다. 주세법상 주류를 제조ㆍ수입하는 자는 주류의 용기나 상표에 주류 종류, 원료의 명칭 및 함량, 제조일자 및 면세 여부,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만 표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참이슬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의 관계자는 "제조공정상 첨가물을 알려주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코카콜라에 뭐가 들어가는지 묻는 것과 같다.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얘기한다면 참이슬 비법이 다 드러난다"며 답변을 피했다. 처음처럼을 만드는 롯데주류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소주에는 1% 미만의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대외비라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하이트진로도 아마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들이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맛을 구분 못하지 않나. 그건 들어가는 첨가물도 비슷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롯데주류 관계자의 말대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맛을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비슷한 첨가물이 소주에 들어가 있는데 제조비법이 드러날까봐 첨가물을 공개하지 않는 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당들로서도 소주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먹는다는 건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왜 소주회사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하나같이 첨가물에 대해 입을 꾹 다무는 걸까.

'대외비라 답변할 수 없다'고 말을 아낀 두 소주사가 똑같이 말한 게 한 가지 있다. 자기들 소주에 천연 첨가물을 넣는다는 것이다. 천연 첨가물이라면 건강에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엔 스테비오사이드라는 감미료가 들어간다. 이 감미료는 설탕보다 저렴하면서도 약 300배에 달하는 강한 단맛을 낸다. 게다가 합성물질이 아닌 스테비아라는 식물의 잎에서 추출해 만들어 천연첨가물로 분류하는 천연감미료다. 하지만 30여 년 전 개발된 이후부터 꾸준히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을 불렀다.

스테비오사이드라는 이름이 한국에 알려진 건 1994년 스테비오사이드가 포함된 한국 소주를 수입한 호주 정부가 '스테비오사이드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다음 세대에서 정신질환자, 지체ㆍ신체 장애자, 저능아가 태어날 위험이 있다'며 한국 소주를 전량 폐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호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도 '알코올에 사용하면 유독성으로 변한다'는 등의 이유로 스테비오사이드를 식품첨가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1996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소주에 스테비오사이드 사용을 금지할 것을 재정경제원에 권고했고 주세법 개정안까지 입법 예고됐지만 반대 여론으로 인해 개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도 스테비오사이드의 유해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유독 많이 먹는 소주에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스테비오사이드를 첨가물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참이슬에 스테비오사이드가 들어간다"고 인정하면서 "1980년대에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식약처도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유해성이 없다고 기사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외국에서 스테비오사이드를 금지하는 이유는 규제나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유해성 논란이 있을 뿐이지 문제가 있다고 판명된 건 아니지 않나. 해외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내법상 허가 제품이기 때문에 쓰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왜 안전성에 논란이 있는 스테비오사이드의 사용을 허가한 걸까.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가) 스테비오사이드가 안전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안내를 위해 전화를 받은 것이지 취재를 하는 거라면 더 이상 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을 소비자보호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소보원 관계자는 "스테비오사이드는 몇 년 전 한창 논란이 됐던 걸로 기억한다"면서 "논란만 있고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유야무야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보원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고시한 기준을 보고 그 기준대로 잘 맞췄는지만 확인하고 있다"면서 "(스테비오사이드 사용에 대해) 따로 검토하거나 실험을 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인터넷뉴스본부 천선휴 기자 ssunhu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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