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이상하다.. 김장철이 걱정이다

인터넷뉴스본부 천선휴 기자 2014. 8. 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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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에 비까지 안 와 바이러스·해충 창궐.. 값 요동칠 듯

고추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타는 듯한 날씨와 가뭄이 계속돼 왔던 탓에 농사에 큰 타격을 입은 때문이다. 무더위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농민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 지 오래다. 농업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상황이 심상찮다는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김장철에 '고추 대란'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고추 생산량이 가장 많은 경상북도의 상황은 심각하다. 경북 농업기술원 영양고추 시험장의 권오훈씨는 "고온 현상과 가뭄 때문에 고추 생육이 예년보다 많이 안 좋다"면서 "구체 자료가 나와야 알겠지만 가격이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권씨는 "경상북도는 고추 농사의 최적지인데 올해는 아주 안 좋은 상황이다. 바이러스가 40~50% 발생했는데 지난해의 4배에 이르는 수치"라면서 "날씨가 이대로 이어지면 아마 후기 착화에 문제가 생겨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접 고추밭을 다니며 작황 상태를 살펴보는 영양농업기술센터의 안홍 계장에겐 보다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보다 안 좋은 건 확실합니다. 6월과 7월 초에 많이 가물어서 바이러스가 회복이 안 됐어요. 이중터널 재배 농가는 그나마 낫지만 노지 재배 농가는 바이러스 피해를 심각하게 입었어요. 더 큰 문제는 초기 가뭄이 심해 해충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전국적으로 수확량이 엄청나게 줄 거예요. 시장 가격을 보면 지난해 생산된 고추도 상당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거든요. 아마 올해 가격이 많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경북만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게 아니다. 경북 다음으로 고추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전남에서도 고추 농가의 시름은 이어졌다. 전남 장성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삼순(60)씨는 "모종이 안 좋아서 그런지 가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고추 농사가 영 시원찮다"면서 "작년의 반만큼이라도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북 상황도 마찬가지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의 정형숙 고추 담당 지도사는 "괴산 상황도 많이 안 좋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고추가 2m 가까이 자랐는데 올해는 1.1m밖에 안 자랐어요. 초장(초본식물의 지표에서 선단까지의 길이)과 고추 길이가 짧아지고 고추 크기도 작아졌어요. 꽃도 덜 피는 바람에 고추 개수도 적어졌습니다. 무덥고 비까지 안 와 노지 고추에선 물 흡수를 못해 칼슘결핍증이 많이 나타나는 현상도 보입니다. 고추가 거무튀튀해져요.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진딧물, 총체벌레도 많아졌습니다. 지금쯤이면 고춧잎이 초록색이 돼야 하는데 연둣빛이 납니다. 상태가 아주 안 좋아요."

강원도도 마찬가지다. 정선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이상용(66)씨는 "비가 안 와서 올해 농사는 고추고 뭐고 다 안 됐다. 고추는 해충 때문에 반도 못 건질 것 같다. 옥수수는 너무 작아 팔지도 못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짓는 이웃들도 사정은 비슷하다"면서 "비가 안 와서 배추들이 하얗게 다 죽어 출하를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추 수확량이 예년같지 않고 비축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김장철에 '고추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오훈씨는 "탄저병이 창궐해 수확량이 전년보다 30% 이상 감소한 2011년 고추를 대량 수입한 적이 있다. 지난해 비축 물량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그때보단 낫겠지만 김장철에 고추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농림부 원예산업과 김철순 사무관은 "경북과 충북은 작황이 많이 안 좋다고 보고받았지만 호남 쪽은 좋다고 들었다"면서 "산지에서 고추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는데 지난해에 워낙 가격이 낮게 형성돼 회복하고 있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8일 고추 수급점검 회의가 열린다"며 "관계자들에게 고추 재고와 전국의 수급 상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터넷뉴스본부 천선휴 기자 ssunhu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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