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확산 더딘 이유 '세수 20조'때문이었나

박정일 2014. 11.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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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감소 우려 정부 미온적.. IT업계 진입 걱정에 완성차업체도 소극적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완벽한 전기자동차 시험장이다." 르노그룹 벵상 까레 EV 영업 총괄 임원이 지난 3월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 전기차 엑스포에서 한 말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좁은 국토에 수도권 집중 인구분포, 준수한 IT·전력 인프라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면 한국이 전기차 대중화의 최적지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환경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팔린 전기차는 단 1871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 목표량 1000대에 크게 못 미치는 780대를 판 덕분에 나온 숫자다. 미국은 같은 기간 동안 11만799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으며, 일본 역시 누적 판매량이 5만9239대에 이른다. 중국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누적 5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100만대 보급을 목표로 했으나 그나마 5분의 1 수준인 20만대로 자체 수정했다.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지난해 276억원에서 올해 254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 역시 10월 말까지 판매량은 800대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도 잠깐 희망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전기차 관련 규제 개선과 충전 인프라 민간 개방 등을 지시하면서 관련 업계는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내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및 예산은 3000대, 788억원으로 늘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유는 여전한 정부부처 간 엇박자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해 6월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반대 측은 자동차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악영향에 비해 얻어지는 탄소저감 효과가 낮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저탄소차협력금제의 실효성 논란 이전에 유류 소비량 감소에 따른 세수 인하를 걱정해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휘발유 기준으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유류세는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리터 당 1854.71원, 1~10월 평균)의 52.24%에 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유류세 비중은 약 1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교통세라는 명목으로 리터 당 529원(휘발유 기준)을 거둬가고 있으며, 여기에 관세와 주행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합하면 리터 당 부과되는 유류세는 968.92원에 이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교통세로만 지난해 13조2000억원 가량의 세수를 거둬드렸으며, 주행세 등 나머지 항목을 합치면 유류세의 비중은 전체 세수 약 202조의 9.6% 안팎에 달하는 19조 4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전기 요금의 경우 본전도 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정한 전기료 원가 회수율은 93.6%다. 이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세수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국내 완성차들 역시 전기차 시장 확대가 달갑지만은 않다. 전기차로 시장이 바뀌면 전자 등 IT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설립하고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간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업계 및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친환경차 시장은 올해 220만대 수준에서 오는 2020년 640만대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설문 조사에서는 전기차 이용자 중 63%가 향후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전기차가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민간이 함께 단계적인 육성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충전 인프라를 민간에 개방하되 합리적인 요금 책정으로 전기차의 장점을 살리면서 세수를 확보하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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