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파트 가격 상승기?..'분양시장 상식' 완전 해부

김원장 2015. 3. 31. 06: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거래량 늘면 아파트 가격이 진짜 올라갈까?

3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만 1천 가구를 넘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한달 평균 5천여 가구가 거래되니까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통계적으로도 2006년 이후 가장 많이 거래됐습니다. 그럼 거래가 늘었으니 이제 집값이 오를까요?

'아파트 거래 불붙었다' 같은 기사가 쏟아집니다. 부동산 시장이 대세상승기랍니다. 하지만 거래량이 늘었다고 가격이 오른다는, 딱히 그런 원칙은 없습니다. 증시에선 거래량이 늘면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불행히도(?) 2006년 주택거래가 급증하고, 당시 주택가격은 내리막길로 이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격에 주택들이 거래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사겠단 사람을 찾지 못해서인지 매도자들은 주택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고, 매수자들도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만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 서울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2월에 비해 1.2%(KB국민은행 자료) 올랐을 뿐입니다. 물가상승 수준입니다. 분양시장의 흐름도 비슷합니다. 요즘 분양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과거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입니다. 분양가와 주변시세가 큰 차이가 나지않습니다.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이유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니 우리 주택시장은 거래는 늘고 가격은 안정되는 아주 바람직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과열로 몰고 가려는 시도(?)만 경계하면 되는거죠. 그러니 부동산 시장에 봄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곧 여름이 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설사 여름이 온다고 해도, 여름 지나면 가을 그리고 겨울입니다. 지난 7년간 겨울을 겪어보셨죠?

'떴다방' 많으면 프리미엄 받는 아파트?

2007년 1월 23일, 그때도 부동산 담당기자였습니다. 송도신도시에서 분양되는 A오피스텔 청약이 있었습니다. 수 만여 명이 몰렸습니다. 사흘전부터 텐트를 치고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들을 위해 몰려든 노점상만 백여 곳에 달했습니다. 허허벌판에 취재진이 밥을 먹을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행여 줄이 무너지면 몸싸움이 이어졌고, 여기저기서 실신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날 이 오피스텔은 4,8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그야말로 기록적입니다. 지금 시세는 얼마일까요? 3년 후 입주당시 미입주가 속출했던 이 오피스텔은 지금은 그나마 다 입주를 마쳤지만, 시세는 당시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렇게 경쟁률이 높다고 반드시 웃돈이 붙고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증시도 보면 갑자기 오른 주가는 대부분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진짜 주택 가격이 급등한 곳을 보면 대개는 수 십여 년 동안 조금씩 오르는 곳들입니다.

또 견본주택 주변에 속칭 떴다방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청약경쟁률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떴다방은 사실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필요 없습니다. 업태 자체가 근거가 없고, 그래서인지 불법 전매를 부추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나 분양에 대한 전문 지식만 있으면 파라솔을 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분양대행사가 인위적으로 만들려면 하루 수십개의 떳다방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은 부르면 옵니다.

경쟁률 높으면 계약률도 높다?

그리고 또하나, 경쟁률이 높다고 모든 평형 경쟁률이 높은게 아닙니다. 허수가 숨어있습니다. 1)보통 몇 백 대 1경쟁률은 5~10가구 정도만 분양되는 극히 제한된 평수의 경쟁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양대행사는 이 경쟁률을 신문사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기사 제목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최고 몇백 대 1 경쟁률을 보지말고 평균 경쟁률을 따져야합니다. 2)또 청약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다 당첨된 뒤 계약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분양대행사가 청약통장을 무더기로 확보한 뒤 이를 청약에 참여시켜 경쟁률을 높이는 경우도 있습니다.(그래서 가끔 전봇대 보면 '청약통장 삽니다' 라고 붙어있죠?) 그러니 떴다방이 많다고, 경쟁률이 높다고 웃돈이 붙고 돈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A지역이 올랐으니 B지역도 가격이 오를까?

그런데 위례나 마곡지구, 광교신도시등은 분양가 대비 시세가 많이 올랐습니다. 1억원 넘게 웃돈이 붙은곳도 있습니다. 그럼 다른 지역도 오를까? 그래서 대세상승기로 이어질까? 예를들어 A신도시가 개발되면 주거에 대한 소비가 단시간에 A신도시에 집중됩니다. 송도신도시가 개발되면 인천 구도심에 거주하는 중산층 K씨는 송도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구매력을 송도에서 소비합니다. 이 경우 구도심에서 소비될 구매력은 당연히 그만큼 줄어듭니다. 구도심 재개발의 동력이 줄어드는 겁니다. 인천 지역 전체의 구매력은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서울이나 대전에서 송도를 분양받는 경우는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구도심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수요가 떨어지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구도심의 수요를 올리기위해서 자치단체는 용적률을 높여주는 등 개발여건을 개선해줍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아파트 공급은 더 늘어납니다. 가격은 오히려 더 떨어질 수있습니다. 실제 지금 대다수 구도심의 현실이 그렇습니다.

마곡지구나 위례신도시를 예로 들까요? 서울 도심 입지여건이 뛰어난 이들 지구들이 30여년전 서울 목동처럼 개발되면 이들 지역에서 주택 소비가 이뤄집니다. 어딘가 다른 지역의 구매력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다른 구매력이 재충전되려면 인구가 늘거나 소득이 늘어야합니다. 그런데 소득은 제자리고 인구도 늘지않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자꾸 입지가 좋은 지역이 탄생하면, 해당 지역의 가격은 올라가지만 주변 다른지역은 오히려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해마다 7~8%씩 성장하던 개발시기와 지금의 부동산 시장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대목입니다. 한번 소비된 구매력이 빨리 충전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오를 곳만 오르는 시대가 됐습니다.(증시에서 대세상승기가 끝나면 유동성장세에 의한 국지적 상승기가 오죠?)

그러니 A지역이 올랐다고 B지역의 높은 분양가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선택이 됐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를 수 있을까?

그럼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간단합니다. 1)우리 소득이 늘거나 2)인구가 계속 늘거나 3)아파트공급이 줄어야합니다. 그런데 3가지 조건 모두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이미 전국의 30대 인구는 10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그래서 거래량은 늘어나는데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급등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본 주요도시의 주택지 가격은 1991년 이후 단 한해도 뚜렷하게 오른 적이 없습니다...

'분양 열기로 후끈' '옷돈만 수천만원' '문열자 2천여명 몰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온기를 전하는 기사들이 이어집니다. 마음이 급해집니다. 혹시 지금 분양받지 못하면 또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너무 서둘러 행렬을 따라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어린 시절 소독용 차량이 흰연기를 내뿜으며 골목길에 들어서면 너도나도 차량을 따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친구들이 따라가서 우리도 따라갔습니다.(이걸 밴드웨건(Bandwagan) 효과라고 합니다)

지금 분양시장도 흰연기가 이어집니다. 누군가 따라가게 됩니다. 이 열기를 타고 이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아파트들이 잇따라 분양될 겁니다. 문득 아파트를 너무 비싸게 분양받아서 비싼 비용을 치른 지난 7년간의 데자뷰가 그려집니다.

저성장, 공급과잉, 수요부족의 시대가 다가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나와 내 가족이 살기 적당한, 무엇보다 내 소득에 적당한 주택을 구입해야합니다. 그럴려면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합니다. 너무 번쩍번쩍 새아파트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앞다퉈 너도나도 뭔가에 투자하는 시점을 조심하십시오. 너도 나도 몰리는 지역도 주의하십시오. 그래야만 나와 내 가족이 진정한 집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집(house)이 아니라 진짜 집(home) 말입니다.

KBS 보도본부 김원장기자(KBS1 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진행자)

김원장기자 (kim9@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