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우리 망할지 몰라요"
▲ “수출 안되지, 내수도 안되지… 중국 맹추격에 돌파구가 없어” 대기업조차 푸념 아닌 ‘현실’
▲ 빚더미 신음하는 정부·가계 경제 주체 모두 ‘벼랑 끝 위기’
최근 굴지의 한 대기업 임직원들은 입버릇처럼 “우리 망할지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말도 안된다.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하자 “수출도 안되고, 내수도 안되고, 중국은 치고 올라오는데 경쟁력은 떨어지고 돌파구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주 한 경제단체에 요청해 수출 감소로 큰 타격을 입은 기업체 명단을 받았다. 전자, 조선, 기계, 제과, 화학 등 대·중소기업에 취재를 하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힘들어 죽겠는데 재 뿌리느냐”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경제위기론’은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거의 모든 지표가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5분기 연속 0%대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1%)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수출은 비상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한 2687억달러였다. 중국(-2.1%), 동남아(-9.7%), 유럽연합(-14.7%), 중동(-5.1%) 등 주요 시장이 감소세다. 올 하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2.1% 줄어든 2833억달러로 전망된다.
내수는 침체다. 올해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3% 줄었다.
대외 환경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의 가장 큰 시장이던 중국의 내수로의 경제구조 변화 시도가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신수종 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하고, 유보금만 쌓고 있다. 거꾸로 정부와 가계는 빚더미에 앉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500조원에 육박하고 있고, 가계부채는 1100조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미래다. 구조적 요인들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실질 GDP 성장률이 2011~2020년 연평균 3.4%에서 2021~2030년 2.4%로 떨어진 뒤 2031~2035년에는 1.6%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위험하다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26일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다. 지금은 등락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 완전히 가라앉고 있는 형태”라고 밝혔다. 경제학자 출신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선진국으로 가는 건 이미 물 건너갔다”고 밝혔다.
과연 해결책, 탈출구는 없을까. 한국 경제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할 수 있을까.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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