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누리꾼의 마음을 돌려라"
현대·기아차는 온라인 공간에서 ‘흉기차’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의 차들이 사고 발생 시 안전하지 못하다는 의미에서 안티 고객들이 비꼬아 부르는 말이다. 현대·기아차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다. 이처럼 평판이 악화된 것은 현대·기아차가 자초한 면도 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17일 “현대·기아는 ‘욕을 해도 우리 차만 사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차를 팔아왔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보니 안티 문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싼타페 더 프라임’ 출시 당시 블로거 및 동호회원들을 초청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현대차 제공 |
온라인의 안티 문화에 눈감고, 귀 막고, 무시했던 현대·기아차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특히 ‘국산’을 중시했던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입차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다양한 채널과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식 블로그에서 운영하는 ‘오해와 진실’이라는 코너다. ‘현대차는 수출용 차량에 더 우수한 에어백을 사용한다’, ‘현대차는 수출용 강판의 두께를 내수용보다 두껍게 만든다’는 등 세간에서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현대차 해명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비판 글이 압도적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겠다’는 투다. 그만큼 불신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면서 “누리꾼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우리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소셜 미디어 중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구글 플러스,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스토리채널, 자체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 10개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 중 최다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운영했는데 페이스북 팬 47만8000명, 트위터 팔로워 10만명 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마니아·전문가들과의 스킨십도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남양연구소에서 진행한 신형 K5 충돌실험에 자동차 관련 인터넷 동호회원 35명, 자동차 블로거 5명을 초청했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블로거 및 일반 고객에게 충돌실험 현장을 공개한 것이다. 앞서 2월에는 현대차 안티 모임으로 유명한 ‘보배드림’ 회원 30여명을 초청해 경기 파주 헤이리에서 신차 ‘i40’ 시승회를 별도로 개최했다.
국내영업본부 안에 소비자 전담 조직인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브랜드 체험관 ‘현대 모터 스튜디오’를 개관한 것에서도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다.
임기상 대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변화로 본다”고 했다. 임 대표는 “현대·기아차 안티가 기형적으로 형성된 것은 자동차 문화가 없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며 “현대·기아차가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자동차 문화를 만드는 데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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