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청년 10만명 고용한다"더니..9만명이 '인턴'

2015. 8. 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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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만명 중 직접고용 1만6천명…

대기업 일자리 창출 '요란한 빈수레'

정부·경제단체 20만개 창출 선언 뒤삼성 등 잇따라 대책 내놨지만일부선 기존 확정 인원 끼워넣고채용 아닌 인턴·직무교육 상당수재계 "취지 좋지만 경영환경 어려워"정부 "인턴 정규직 전환 지원 마련중"

8월 이후 10대그룹 가운데 6곳이 앞으로 1~4년간 10만명에 육박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았으나, 내실을 뜯어보면 '청년고용 빙하기'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기업의 직접고용으로 볼 수 없는 여러 형태의 인턴십과 직무·창업 교육을 빼면 순수하게 늘려 뽑는 채용 규모는 9만6천여명 가운데 1만6천여명에 그쳤다.

정부와 경제6단체는 지난달 말에 청년 고용절벽 해소 차원에서 채용과 인턴십 등 '청년 일자리 기회'를 20만개 이상 창출하기로 협력 선언을 했으며, 19일 현재까지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롯데·한화 등 6곳이 모두 9만6569명에 이르는 일자리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2017년까지 3만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에스케이가 2017년까지 2만4천명, 롯데가 2018년까지 2만4천명, 한화가 2017년까지 1만7569명, 현대차가 올해 1천명 등이다. 엘지는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그룹은 청년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존에 뽑던 인원에 늘어난 인원을 더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부풀려 포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와 경제단체는 일자리 기회 20만개 목표치를 잡으면서 공공부문 4만개를 뺀 16만개에 대해 경제계가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예년에 뽑던 인력 규모는 제외한 순증 기준이다.

롯데의 경우 올해부터 2018년까지 2만4천명의 청년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기존의 연간 신규채용 인원(2014년 기준 4150명)을 고려하면 실제 늘어나는 규모는 4년간 7400명이다. 한화도 올해부터 2017년까지 1만7569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기존 채용 인원(2014년 기준 4500명)을 고려하면 실제 순증 규모는 25%인 4337명이다. 6개 그룹 전체의 일자리 기회 창출 규모는 순증 기준으로 6만6737명으로, 애초 발표치보다 2만9832명이 적다.

게다가 순증 기준으로 늘어나는 대기업의 청년 대책 6만6천여명의 상당 부분은 직접고용이 아닌 인턴, 직무·창업 교육이다. 삼성은 3만명의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에서 직접고용은 1만명으로 한정하고, 나머지 2만명을 협력사 채용 연계형 직무교육(고용디딤돌)과 전자판매영업 인턴, 비전공자 소프트웨어 교육, 창업컨설팅 등으로 채웠다. 에스케이는 2만4천명에 이르는 청년 일자리 창출 2개년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직접고용은 단 한 명도 없다.

일부 그룹은 직접채용 인원에 인턴까지 포함시켰다. 롯데가 발표한 신규 채용 2만4000여명에는 방학 중 인턴 3200명이 포함됐다. 롯데는 "인턴 중 우수인력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해명했으나, 인턴의 정규직 전환 수치 공개는 거부했다. 한화도 1만7569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에 3천명의 인턴이 포함됐다. 한화는 "인턴 중에서 평균 70% 정도가 정규직으로 채용돼, 다른 기업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6개 그룹이 직접 고용해 순수하게 늘어나는 청년 일자리 규모는 1만6537명에 그친다. 6대그룹 10만명으로 포장된 청년 일자리 발표에서 알맹이는 17%에 그치는 셈이다.

4대그룹 홍보팀의 한 간부는 "청년고용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운 터에 무조건 사람을 더 뽑는 것은 어렵다. 직무교육이나 인턴십 등으로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간접적인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고용정책총괄과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의 직접고용 확대가 가장 바람직하다. 기업들이 직무교육자와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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