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링크만 해도 일자리 5000개 창출?

김연희 기자 2016. 2. 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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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우체국 6층에 자리 잡은 청년희망재단에서 해외 취업 특강을 맡은 멘토가 열변을 토했다. 그는 하우스키퍼(청소 도우미)에서 시작해 연봉 8만 달러를 받는 대형 회계법인의 회계사로 취업한 성공담을 풀어놓았다. 하이라이트는 한국에 돌아와 한국은행에 특채로 채용되는 대목이었다. 청년 30여 명은 1시간30분간 강의에 집중했다. 조는 사람은 없었다. 옆자리에 앉은 청년은 멘토가 불러주는 리스트를 노트에 받아 적었다. ‘가고 싶은 기업에 우편으로 이력서 보내기.’ 멘토는 이메일이 아닌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이어졌다. 디자인학과 출신 참가자가 미국 기업에 취업하는 방법을 묻자 멘토는 '해외에서 한국인 수요가 가장 높은 분야가 디자인 계열이다. 3월, 늦어도 4월에는 출국시켜주겠다'라고 답했다. 성균관대학교에 다니는 참가자에게는 '희망 출국 시점을 5~6월로 잡아라. 성대는 지원금을 준다. 우리가 해주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특강을 한 이는 청년희망재단 멘토단에 소속된 멘토이자, 해외 취업 컨설팅업체 ㅇ사의 박 아무개 대표였다.

청년희망재단(이하 재단)은 청년희망펀드를 재원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 직후 청년 취업난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제안하고 1호로 가입해 화제를 모았던 그 ‘청년희망펀드’다. 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멘토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재단은 실무를 맡은 사무국과 이사진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출범한 만큼 노사정 대표인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경총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사진에 포함됐다. 이사장은 벤처기업 1세대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다. 황 이사장은 2014년 중소기업청장 자리에 내정됐지만 백지신탁 규정에 막혀 중도 포기했다. 중소기업계에서 ‘진박’ 인사로 분류된다.

ⓒ시사IN 이명익 : 서울 광화문우체국 6층에 있는 청년희망재단 사무실. 이 재단은 2015년 10월 출범했다.

청년희망펀드는 모금 4개월 만인 1월20일 기준으로 누적 기부 건수가 10만1000건, 누적 기부금액은 1272억원에 이르렀다. 모금 과정에서 강제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쓸지, 효과적으로 쓸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재단은 지난해 12월31일 2016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총예산은 199억8000만원이다. 청년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일자리 매칭’ 4개 사업과 교육 프로그램인 ‘인재 육성’ 6개 사업을 골자로 한 계획이 나왔지만 빈틈이 많다.

재단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사업은 전원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 ‘멘토링’ 서비스다. 나영석 PD나 손미나 아나운서 같은 유명 인사를 비롯해 기업 임원, 대기업 사원, 취업 컨설팅 업체 대표, 교수, 공기업 직원 등 288명이 멘토로 등록돼 있다. 멘토는 특강을 하거나 온·오프라인으로 상담을 해준다.

이날 해외 취업 특강에 참석한 이진영씨(가명·29)는 '이번 강연은 업체 상담으로 연결하기 위해 홍보하러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씨에게는 특강 참석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특강 참석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어서 세 번 들었다. 나영석 PD 특강 때 100명 정도로 제일 많이 왔다. 한 특강은 ‘힘드니까 힘내라’ 하는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구민정씨(가명·25)는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 멘토 특강은 두 번째 오는 거다. 오늘 특강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47회 진행된 특강과 달리 상담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1월20일 현재까지 온라인으로 들어온 상담은 17개뿐이다. 이 중 답변이 완료된 상담은 9건, 답변이 진행 중인 상담은 8건이다. 재단은 288명인 멘토를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2016년 사업계획에 따르면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고용 서비스를 제공받는 청년은 12만5000명이다. 큰 숫자처럼 보이지만 허수가 있다. ‘청년일자리 원스톱 정보센터’ 사용자를 10만명으로 추산했기 때문이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이 사업의 실체는 재단 홈페이지에서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청년고용 포털 ‘워크넷’으로 바로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만드는 것이다. 재단은 '(청년들이) 청년고용 포털을 잘 모르기 때문에 희망재단 사이트에서 들어갈 수 있도록 통로를 연결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중복으로 보이는 사업도 있다. ‘빅데이터 서비스 기획자 양성’ ‘모바일 게임 기획자 양성’ ‘청년 글로벌 취업·창업 지원’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비슷한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재단은 청년희망재단 사업으로 2016년 일자리 6300개가 생긴다고 발표했다. 이 중 ‘청년일자리 원스톱 정보센터’ 사업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5000개로 추산했다. 재단은 '원스톱 정보센터의 예상 이용자가 10만명이고 이 중 통상적으로 5%가 취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5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이트에 링크를 연결하는 작업 하나로 일자리 5000개가 창출되는 것이다.

사업명 거창하고 예산 비중은 큰데 효과는…

재단은 올해 ‘강소·중견 온리원 기업 채용박람회’(이하 온리원)를 시작했다. 이 사업에서 일자리 500개를 만들 계획이다. 매주 한 기업만을 위해 채용박람회를 열고, 서류 전형 없이 지원자 전원에게 1차 면접 기회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1월에 온리원 채용에 참가한 기업은 5곳이다. 그런데 이 중 한 기업은 중간에 채용을 포기했다. 이 업체 인사 담당자는 '우리가 원하는 기술을 가진 지원자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온리원을 통해 다른 기업에 지원한 이세진씨(가명)는 이 전형의 장단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 면접 기회를 얻기가 힘든데 무조건 면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꼭 합격하지 않더라도 다음을 대비해 연습해볼 수 있지 않나. 반면 서류 심사가 없으니 그냥 한번 넣어본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면접자 중) 기업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청년 글로벌 보부상 양성’은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사업이다. 199억8000만원 중 67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청년 보부상을 선발해 훈련시킨 후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해 청년들을 해외로 파견한다.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큰데 혜택을 받는 청년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대상 인원은 50명이며 제공하는 일자리 형태도 인턴이다. 재단 관계자는 '아직 사업이 구체적으로 잡힌 건 아니다. 진행 과정에서 예산이 변동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예산 비중이 큰 사업은 56억1000만원이 배정된 ‘청년 희망채움 사업’이다. 예산의 약 30%가 투입됐지만 사업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다. 일자리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공모해 재단 사업에 반영하겠다는 가이드라인 정도만 나와 있다. 재단은 지난해 12월 자문위원회를 통해 우수 사업 아이디어 14개를 선정했지만 소정의 상품을 지급했을 뿐 재단 사업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재단 측은 '얼마 전부터 아이디어 공모를 아카데미 사업과 프로젝트 사업으로 구분해서 받는다. 프로젝트 사업에 한해서는 청년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직접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공모 게시판에서 최다 추천을 받은 아이디어는 ‘국내 1호 채용문화디렉터’ 구상이다. 초저스펙(아주 낮은 스펙)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공기업·외국계 기업에 모두 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 컨설팅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최다 추천은 커피숍에서 칵테일을 함께 파는 아이디어다.

박 대통령은 청년희망펀드에 2000만원을 일시금으로 내고 매달 월급의 20%를 기부하고 있다. KEB하나·우리·신한·농협·KB국민은행에서 공익신탁 형태로 펀드 가입을 받으며 재단에서 직접 기부금도 받는다. 재단 해산 시 펀드 모금액은 국고로 귀속된다.

김연희 기자 /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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