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 눈앞의 참치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어민들

김진주 2016. 4. 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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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랑어 경매가 펼쳐지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2일 제주도 앞바다에서 어민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잘 잡히지 않았던 30㎏ 이상의 참다랑어 성어가 무더기로 잡혔기 때문입니다. 어획량이 무려 470톤에 달했죠.

참다랑어는 참치의 한 종류로, 통조림으로 쓰이는 가다랑어보다 맛이 좋고 칼로리와 지방 함유량이 낮아 ‘바다의 닭고기’로 불립니다. 회를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도 90%는 일본에 수출되는데, 30㎏ 미만의 치어만 수출하다가 200㎏이 넘는 성어를 수출하게 됐으니 어민들이 쾌재를 불렀던 것이죠.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안 일본이 즉각 해양수산부에 항의했고, 해수부가 이번에 잡힌 참다랑어 성어의 수출은 물론 추가 조업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우리 정부에 항의할 수 있었던 건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에서 정한 태평양 참다랑어 보존조치 때문입니다. WCPFC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세계 26개국이 가입해 있는 국제수산관리기구 중 하나로, 참다랑어 등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참다랑어 보존조치는, 1950년대만 해도 연간 3만5,000~4만톤에 달했던 참다랑어 어획량이 2000년대 들어 1만톤 대로 급감하기 시작하자 나라별로 어획쿼터를 정한 겁니다. 치어는 2002~2004년 평균어획실적의 50% 이하, 성어는 같은 기간 평균어획실적 이하만 잡도록 했죠.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부터 성어의 어획자료를 정리한 탓에 WCPFC가 정한 기간에는 정확한 수치가 없다는 겁니다. 당시 해수부는 WCPFC에 ‘2002~2004년에는 30㎏ 이상 성어의 어획량이 없다’라고 보고했죠. 그 결과 우리나라는 30㎏미만의 참다랑어 치어는 718톤까지 잡을 수 있는 반면, 성어는 쿼터를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어획이 금지된 셈입니다. 어민들은 해수부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린 것도 모자라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 참다랑어 불법 조업자가 됐다고 항의했습니다. 또 추가조업을 금지한 것에 대해, 큰 어망으로 작업하다 보면 30㎏ 이상의 성어가 잡혀 올라올 때도 있는데 그 몇 마리를 보고 그물을 털어내라는 건 아예 조업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현실을 모른다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해수부는 업계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어획에 대해 미국, 일본 등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국제적으로 크게 쟁점화될 수도 있는 만큼 어민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올해 들어 잡은 참다랑어 성어가 이미 501톤에 달해 추가로 더 잡는다면 국제사회에서 불법조업국으로 낙인 찍혀 다른 수산물 수출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간다고 해도 앞으로가 더 큰 문제입니다. 할당량 배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눈앞의 참치떼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합니다. 해수부가 부랴부랴 치어 어획을 줄이는 대신 성어 쿼터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각국이 자발적으로 쿼터를 줄여가는 상황에서 이 방안이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자료가 부족해 뜻밖의 난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철저한 자료 수집 및 관리로 참다랑어 성어를 2,000톤까지 잡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원래는 4,000톤까지 어획이 가능했으나 자발적으로 양을 줄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정부의 실수로 뜻밖의 로또를 맞고 기뻐했던 우리나라 어민들의 상심만 커진 셈이죠.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고가의 참다랑어를 대중화시키겠다며 양식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다랑어는 치어 생존율이 0.0001%에 불과한데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며 돌아다니는 고도회유성 어종인 만큼 길들이기가 어렵고, 충돌로 인한 폐사가 많아 좁은 어장에서 양식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이들이 좁은 양식장에서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약품이라도 쓴다면 그로 인한 환경오염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지현 세계자연기금(WWF) 해양프로그램 부장은 “참다랑어 자체가 워낙 크고 많이 먹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약품 처리를 위한 오ㆍ폐수 정화 문제도 있어 가격이 얼만큼 싸질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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