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몫 '역대 최대' 통계..알고보니 '자영업 몰락'

유엄식 기자 2016. 4.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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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소득분배율 62.9% 1953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아, 자영업자 폐업 늘어 자본소득 감소한 영향..가계소득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감소세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노동소득분배율 62.9% 1953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아, 자영업자 폐업 늘어 자본소득 감소한 영향…가계소득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감소세]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표만 놓고 보면 노동자에게 돌아간 몫이 증가해 분배 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로자들의 소득지표가 개선된 영향보다 경기악화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한 데 따른 파급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은 62,9%로 전년대비 0.1%포인트 상승해 1953년 통계작성 이후 6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960년대까지 20~30%대에 불과했던 노동소득분배율은 1970년대 40%대, 1980년대 50%대로 상승한 뒤 1995년(60.2%)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그러다가 19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50%대로 떨어졌다가 2005~2009년 다시 60%를 웃돌았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59.4%로 하락한 뒤 5년 연속 상승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이 집계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피용자보수(임금)와 영업잉여(자본소득)의 총액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산출된다.

예컨대 임금이 100원, 영업잉여가 50원이면 노동소득분배율은 66.6%(100/150)로 집계된다.

한은 통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OECD 통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하위권이다. 2012년 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43.5%로 35개국 중 24위에 머물렀다. 당시 1위는 스위스로 58.5%였다.

이처럼 양 기관의 통계오차가 큰 이유는 집계방식이 달라서다. OECD 노동소득분배율 통계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산출되는데, 일부 자영업자 소득도 임금에 포함된다. 반면 한은 통계는 자영업자 소득을 모두 자본소득으로 분류한다.

자영업자가 비교적 많고 임금근로자와 소득격차가 큰 편인 우리나라는 OECD 집계 방식으로는 노동소득분배율이 실질보다 더 낮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27.4%로 그리스(36.9%), 터키(35.9%), 멕시코(33.0%)에 이어 가입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월평균 소득은 172만원으로 임금근로자 월 평균소득(256만원)의 67.4% 수준이다.

노동소득분배율 산출방식은 학계에 알려진 것만 6개가 넘을 정도로 아직 체계적으로 확립된 지표가 아니다. 자영업자 소득이 자본소득인지 노동소득인지 구분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OECD는 각국의 경제환경에 따라 지표 격차가 큰 점을 고려해 2012년 이후 공식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은이 집계한 노동소득분배율을 근거로 근로자 가구들의 소득지표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한은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69.0%에서 지난해 62.0%로 오히려 7%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노동소득분배율이 증가한 배경은 자영업자 소득감소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근로자들은 임금경직성이 있어 소득이 물가상승률 만큼은 보전되나, 자영업자는 경기에 따라 소득 편차가 매우 심한 편”이라며 “최근 경기둔화로 자영업자 폐업률이 증가했고 이는 영업잉여를 감소시킨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자본소득 증가율은 2014년 1.7%, 2015년 3.8%로, 같은 기간 임금 증가율 5.1%, 4.8%보다 낮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9000명 감소해 1994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연간 자영업자 감소폭은 2010년(-11만8000명) 이후 가장 컸다. 그만큼 경영난으로 폐업한 자영업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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