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선진화법을 대하는 제1당의 품격

박정엽 기자 2016. 4. 2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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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다고 해도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담긴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신중해야할 문제다.”
지난 1월 25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를 ‘식물국회’에 비유하며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안을 직접 제안하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이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 전체 의석의 60%를 확보하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9대 국회 의석 중 과반은 얻었지만 60%는 차지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임기 내내 국회법 개정을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개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맞섰다. 정 의장 안(案)은 기존 국회법의 ‘신속 처리 안건’ 규정을 바꿔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75일만에 상임위 상정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마칠 수 있도록 했다.

더민주는 지난 19일 야권이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한 지 1주일이 안돼 ‘국회법 개정 반대’ 입장을 뒤집었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을 19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국민의당 의석과 합하면 과반을 넘지만 전체 의석의 60%에는 미달한다. 국회법이 개정되면 두 당의 합의로 법안을 신속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개정 국회법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은 제1당의 행보로는 너무 가볍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는 오히려 제3당인 국민의당 입장이 일관성이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선거 전인 지난 1월 28일 이미 “20대 국회에 국민의당이 들어가 다당제가 되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20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잃어 현행 국회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만 아직까지 ‘국회법 개정’이라는 공식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더민주는 19대 국회 내내 박근혜 대통령의 어록을 끼고 살았다. 박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이던 당시 국회의 대(對)정부 견제 기능을 강조한 발언들과 2012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약속한 각종 복지공약을 거듭 소개하면서 박 대통령의 말바꾸기를 비판했다.

정당과 정치인의 말이 일관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 가능한 비판이었다. 더민주는 식언(食言)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거나, 야권의 승리를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것 같다. 상황이 바뀌어도 원칙을 고수하는 정치의 품격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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