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네 개가 드나들던 낙후공항에 인천 '새끼공항' 짓는다

최경환 기자 2016. 5. 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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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ODA]② 세계1위 인천공항이 꼴지 필리핀에 건설하는 공항
지은 지 24여년이 지나 시설이 낡고 비좁아 포화상태인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 © News1

(푸에르토프린세사=뉴스1) 최경환 기자 = 소나 개가 들락거릴 정도로 낙후된 공항이 있다. 담도 없이 활주로는 국도변과 이웃하고 있다. 대합실은 우리나라 중소도시의 버스터미널보다 낫다할 수 없다. 야트막한 단층 콘크리트 건물에 노면 곳곳이 패인 좁은 활주로 하나. 비행기가 착륙후 회전할 공간도 없어 활주로에서 아슬아슬하게 계류장으로 유턴해 가야 한다.

이곳이 최근 필리핀 관광지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팔라완섬의 프에르토프린세사의 공항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섬 팔라완.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우리나라의 제주도처럼 필리핀 사람들이 일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섬이다.

우리나라 관광객에게는 세부나 보라카이만큼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주로 유럽 사람이 많이 찾고 일본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섬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0년 이곳 지하강(Underground River)이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지정되면서 부터다. 지난해에만 관광객이 130만명 찾았다. 1년만에 30%가 증가했다.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지정된 필리핀 지하강 © News1

중심도시인 프에르토 프린세사 시도 관광특수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 섬에 들어올 수 있는 공항은 필리핀 정부가 1992년 지은 허름한 구식 공항뿐이다. 이미 포화돼 임시로 증축했지만 역부족이다. 더이상 비행기를 증편할 수도 없어 관광산업이 정체돼 있다.

필리핀 공항은 세계 최악의 공항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국제공항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재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은 안전등급 2급공항이다. 관제탑 높이도 16미터에 불과하고 관제 장비도 낡았다. 계기 비행 시설이 없어 조종사들이 시계비행에 의존하고 있다.

활주로도 짧아 보통 700미터 정도 설치되는 어프로치 라이트도 부족한 상태다. 항공편 결항도 잦다. 마닐라에서 들어오려던 관광객들이 하루나 이틀 호텔에 묶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리핀 정부는 공항 신축이 필요했다. 원조 자금를 대줄 나라, 빠른 시간안에 공항을 완성해 줄 나라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 공항이 경제성이 충분하고 필리핀 지역주민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차관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공사는 공항 건설 노하우가 충분한 금호건설이 맡았다. 세계 1위 공항의 지위를 10년동안 지켜온 인천공항공사가 감리로 나섰다.

이희준 금호건설 현장소장(가운데)과 김민정 수출입은행 마닐라사무소 부소장(왼쪽)이 현장을 둘러보며 직원들과 공사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 News1

공사 관계자가 부딪힌 첫번째 난관은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 필리핀 정부는 30개월 내에 공항을 지어달라고 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실시설계에 6개월 공사에 30개월이 필요하다. 용지보상 등 예측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유시간도 필요했다.

인천공항공사와 금호건설은 설계와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하고 2014년 8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철제 골격을 한국에서 제단해 옴으로써 시간과 품질을 확보했다.

현재 공사기간 절반이 이상이 지났다. 공정은 60%, 순조로운 진행이다. 공항청사의 골조가 올라가고 활주로터가 닦아졌다.

관제탑 공사현장에서 이규진 인천국제공항공사 푸에르토프린세사사업단장(왼쪽)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News1

내년 1월 공항이 완공되면 이 지역의 렌드마크가 될 것으로 공사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관제탑은 29m로 설계됐다. 팔라완 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4층에 불과하기 때문에 7층 높이인 공항 관제탑은 인공 구조물중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관제장비도 새로 갖추고 소방차와 앰뷸런스, 청소차를 갖춘 공항으로 만들 계획이다. 외관은 국제적 컨셉을 따른 인천공항처럼 유리창호로 마감한다. 전기가 부족한 현지 사정을 감안해 자연광을 활용할 수 있는 스카이 라이트와 자연 통풍을 이용해 전기료를 기존 시설보다 30%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필리핀은 전기료가 우리나라보다 3배 정도 비싸고 1년에 500회의 정전사고가 발생한다.

관광지인 현지 특성을 살리기 위해 바닥재를 천연 화강석으로 하고 기둥과 천정에 팜나무 이미지를 입혔다. 공항이 완공되면 여객이 2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에상된다. 앞으로 470만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도록 설계 됐다.

이규진 인천국제공항공사 푸에르토프린세사사업단장은 "인천공항과 같은 품질과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인천공항의 새끼 공항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필리핀에 한국의 기술을 자랑할 수 있게 최상의 여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공항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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