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유 미세먼지 배출량, 다른 연료와 '차이 없음' 밝혀져..파장클 듯

한상연 입력 2016. 6. 1. 16:29 수정 2016. 6. 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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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환경부가 미세먼지 방지 대책으로 미세먼지 발생을 유발하고 있다는 경유차 사용 비율을 낮추기 위해 경유값은 올리고 휘발유값은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의 주유소에서 관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25일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두고 환경부와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차관 긴급회의를 진행한다. 2016.05.24.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한상연 기자 = 지난 2009년 당시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 실시한 '연료 종류에 따른 자동차 연비, 배출가스 및 CO₂ 배출량 실증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경유의 미세먼지(PM) 배출량이 휘발유, LPG, CNG 등 다른 연료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기술연구원 2009년부터 7개월간 실험결과 확인
美·유럽 기준 연비 산출 방식으로 미세먼지 배출량 측정
CVS-75로는 LPG가 최대·휘발유와 경유는 비슷
NEDC방식서는 경유 kg당 0.0024g…휘발유·LPG와 별차이 없어

【서울=뉴시스】한상연 기자 = 경유가 다른 연료와 비교, 미세먼지 배출 정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6년전 공인된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는 연료 중 경유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규정되고 있는 최근 상황과 전혀 다른 결과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경유 사용 억제를 위해 가격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환경부의 논리에 중대한 헛점이 있는 셈이여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1일 뉴시스가 입수한 지난 2009년 당시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 실시한 '연료 종류에 따른 자동차 연비, 배출가스 및 CO₂ 배출량 실증 연구' 결과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연구는 동급 차량 및 엔진을 대상으로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압축천연가스(CNG) 등 연료 종류에 따른 연비와 일산화탄소(CO), 미세먼지 등 규제 배출가스 배출량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경유차량의 경우 DPF(배출가스저감장치인)가 부착된 NF소나타(08년식)이 실험에 사용됐다.

대한석유협회, 한국LPG협회, 한국도시가스협회 등 관련 단체가 총 예산 3억을 출연해 2009년 8월부터 이듬해 2월말까지 총 7개월간 KIER 주관 하에 실험이 실시됐다.

KIER은 KOLAS기구, 지식경제부 공인연비시험기관, 환경부 배출가스저감사업 인증시험기관이다.

이번 실험은 당시 제3차 에너지 세제 개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식경제부에서 관련 자료 마련 차원에서 실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 보고서는 "휘발유, 경우, LPG, 천연가스 연료 등 각종 연료자동차에 대해 연비, 규제배출가스, CO₂등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실험 평가해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비교평가 자료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연구 목표를 밝혔다.

실험은 모든 연료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기준 연비 산출 방식인 CVS-75와 NEDC 모드를 사용해 미세먼지 배출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IER 실험 결과 휘발유와 경유, LPG, CNG의 미세먼지 배출량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우선 CVS-75 방식으로 진행된 실험에서는 LPG가 1킬로미터(km) 당 0.0020g의 미세먼지가 발생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와 경유는 0.0017g/km, CNG는 0.0010g/km이었다.

NEDC 방식으로 진행된 실험에서는 경유가 0.0024g/km으로 가장 많은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휘발유와 LPG, CNG는 0.0020g/km을 기록해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CVS-75와 NEDC 평균으로 따졌을 경우에는 경유가 0.0021g/km, LPG 0.0020g/km, 휘발유 0.0018g/km, CNG 0.0015g/km 등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다만 각 단체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는 다소의 차이가 발견됐다.

KIER, 석유협회, LPG협회 등 3개 기관이 자체 실시한 실험(CVS-75+NEDC) 평균 데이터에서도 경유 0.0021g/kg, 휘발유 0.0018g/km, LPG 0.0016g/km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인기관 연구를 통해 경유만이 미세먼지 배출의 주된 원인이라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명된 데 따라 경유 가격만 올리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게 관련 업계 판단이다.

일부에서는 경유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연료로 널리 인식돼 온 데다 도로수송용 경유의 경우 매년 소비량이 상당한 만큼 경유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될 경우 손쉽게 세수를 걷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자동차에 매겼던 환경개선부담금을 차량용 경유에 리터당 150원을 부과하겠다는 안까지 내놓고 있어 '꼼수 증세'에 대한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도로수송용 경유는 지난해 약 200억리터가 소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구상대로 경유에 리터당 150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할 경우 연 3조원의 세수가 걷히는 셈이다.

세금이 올라갈 경우 그간 대형트럭 등 수송용차량에 지급됐던 유류보조금 역시 같이 상승하게 돼, 이 중 약 1조원은 개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경유차 운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란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경유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휘발유나 LPG 등 다른 연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배출된다"라며 "경유가 유독 많이 배출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경유를 사용하지 말라는 환경부 정책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hhch111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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