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즌Ⅱ]① '고용주 편' 의심 사는 공익위원들

정지원 기자 2016. 8. 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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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인적 구성부터 '친경영' 치우친 색깔..중립성 보장하도록 선임방식부터 바꿔야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및 야당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결정방식과 구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저임금 수혜자와 미달자를 포함해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생계가 영향을 받는 사람은 약 450만~6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정치권은 4.13총선에서 앞다투어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걸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결정돼 공약에 훨씬 못미쳤다. 이에 불합리한 최저임금 결정방식과 구조를 바꾸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시사저널e는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불붙은 최저임금제 논쟁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3530원. 여야가 앞다투어 내걸었던 최저임금 인상 공약과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대 격차다. 내년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한 시간 일해서 받는 돈은 올해보다 440원 오른 6470원(월 135만2230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노동자위원 9명이 전원 퇴장한 상태에서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의 투표로 가결됐다. 문제는 노사 양측을 조율해야 할 공익위원들이 편파성 논란에 휩싸여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된 것은 지난 11년간 무려 7번이다. 이에 학계와 전문가들은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 심의위원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위원이 논의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모두 퇴장하고 나자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들과 표결해 최저임금수준을 결정해 빈축을 샀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배석한 한지혜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퇴장은 가장 강력한 의미의 반발의사 표현"이라며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 표를 합하면 과반이 확보된다.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회의 막판에는 노측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 뜻대로 결정됐을 상황이었다. 노동자위원들이 최후의 보루 '퇴장'카드를 쓰자마자 사용자측과 공익위원이 표결을 해버렸다"고 밝혔다. 과정이 이렇다보니 근로자들은 결정된 최저임금이 아무래도 자신들보다 고용주의 입장을 훨씬 중요하게 반영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평가 및 결정방식, 결정기준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노상헌 서울시립대 교수(경실련 노동위원회)는 “1989년 최저임금제도가 법제화된 이래 노사공의 3자 결정구조는 원만한 합의를 도출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최저임금법의 입법적 결함을 의심케 한다”며 “노사대표가 동수인 현행 제도상 최저임금은 실제 공익위원에 의해 결정되므로 공익위원의 중립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공익위원 선임방식은 노사단체의 의견청취 없이 고용노동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케 돼 있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익위원 구성은 최저임금위원장인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포함해 경영학과 교수 4명,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4명, 공무원 1명으로 이뤄졌다. 이에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문제는 공익위원 색채”라며 “정부는 교수출신 공익위원으로는 경영학과 교수들만 위촉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시행령(제13조)에서 사회학, 사회복지학 부교수 이상이면 공익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게 돼 있다. 나머지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과 관료다. 공익위원들은 노사간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데 중립적으로 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공익위원 중립성 강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국회에서 선출, 위촉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하는 방안(현행 국가인권위원회 방식) ▲노사 대표단체가 공익위원 후보자 명단을 제출하고 노사양측이 상호 후보자에 대해 배제하고 남는 위원을 공익위원으로 선임하는 방안(현행 노동위원회 방식)이다. 정부가 일괄 결정토록 하자는 주장(경영계)도 나온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노사가 최저임금 결정주체로 참여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노사가 의견만 진술하고 정부가 직접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상헌 교수는 “현행 위원회 방식을 유지하면서 공익위원 9인 모두를 국회에서 선출, 위촉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노사와 사회단체, 학계등에서 추천한 복수의 공익위원후보를 국회에서 논의해 선출하는 방안”이라면서 “공익위원 선출에서 노사와 시민단체의 의사가 반영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공익위원을 선출하면 큰 이견 없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최저임금위 회의록을 공개해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여소야대 국회로 국민들의 기대치도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택 국민대 법과대학 명예교수(한국ILO협회 부회장)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노동자위원이 철수한 상태에서 경영계가 수정안을 내놨는데 그게 통과가 됐다. 공익위원 일부가 찬동해서 과반수가 된 것”이라며 “공익위원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탓에 중립성 논란이 생겼다. 현재 공익위원 중 1명을 제외하고는 경영학 교수이거나 정부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다. 중립적이어야 할 공익위원들의 친경영적 성향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노사 양쪽이 동의하는 사람이 공익위원으로 선임되야 할 것”이라며 “노동계도 거부권, 경영계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 노조조직률이 낮은 나라일수록 최저임금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에도 최저임금제도가 원래 없었다가 노조 기능이 약화되고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며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노조조직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제 역할이 막중하다. 공익위원 중립성 확보가 최저임금 결정방식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지원 기자 yuan@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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