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불안한 고용환경에.. 청춘들 부동산 시장 '열공'

2016. 9.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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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학원-투자 강연에 20, 30대들 북적

[동아일보]
회사원 박모 씨(29)는 요즘 부동산 시장을 ‘열공’ 중이다. 한 달에 한두 권씩 부동산 관련 책을 읽고 주말이면 투자 강연을 쫓아다닌다. 짬이 날 때면 부동산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이른바 ‘고수’들이 올린 글을 읽거나 관심 있는 투자 지역 시세를 확인한다. 서울 강서구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이직을 준비하다 “회사를 안 다녀도 든든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씨는 “종잣돈이 생기면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갭 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를 해볼 생각”이라며 “최종적인 꿈은 ‘꼬마빌딩’(중소형 빌딩)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려면 부동산을 알아야”

저금리 시대의 부동산 투자 붐은 젊은층도 들썩이게 한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에는 20, 30대도 한몫을 했다. 젊은이들 가운데는 박 씨처럼 부동산 공부 삼매경에 빠진 사람이 적지 않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 서울 강남 인근에서 열리는 부동산 투자 강연이나 경매 학원에서는 부동산 공부를 위해 찾아온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 대중강연을 자주 하는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과거에는 부동산 세미나를 찾는 이들의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다면 최근 2, 3년 사이 20, 30대가 전체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을 공부하는 20, 30대는 최근 부동산 서적의 인기에도 일조했다.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 예스24 등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부동산 서적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0∼60% 이상 증가해 재테크 서적 중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서적의 주요 구매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30, 40대이지만 최근에는 20대 독자도 늘어 2030세대 독자가 전체 구매자 중 절반을 차지한다.

진영균 교보문고 홍보담당자는 “올해 재테크 서적 부문에서 부동산 서적 점유율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젊은층이 부동산 공부에 몰두하는 이유는 저금리로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현재의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서적 판매가 급증한 시점 역시 부동산 경기의 회복 시점과 일치한다. 최근 부동산 재테크 책을 구입한 주부 이모 씨(33)는 “5년 전 결혼 당시 무리하게 대출받지 않고 전세를 택했는데 결국 그때 집을 산 친구들은 다 집값이 올랐다”며 “돈을 벌려면 부동산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불안한 고용환경이 젊은층 부동산 투자로 이끌어

글로벌 경기에 바로 영향을 받는 금융투자와 달리 부동산은 ‘잘 고르면 돈이 된다’는 믿음이 젊은층에게도 퍼져 있다. 또 갈수록 불안해지는 고용환경이 젊은 세대를 부동산 투자로 이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하듯 고용불안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는 부동산을 선망하는 젊은이가 많다”며 “묵혀 두면 언젠가는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었던 과거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층은 부동산을 끊임없이 활용해야 할 자산으로 인식하다 보니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하기 힘들고 경기는 좋아지지 않다 보니 20, 30대가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다만 젊은 세대가 근로소득 이외의 것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향후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어서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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