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新성장엔진 '스타트업 사우나'
◆ 해외창업 현장을 가다 ◆
사무이는 한국에서도 지난 5월 올리 렌 핀란드 고용경제부 장관 방한에 맞춰 롯데백화점에서 브랜드 행사를 가졌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핀란드 정부가 자국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2005년부터 조성한 거리다. 현재는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200여 개 숍이 자리잡아 헬싱키 대표 관광코스로 유명하다.
핀란드는 2013년 노키아가 휴대전화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력산업의 쇠퇴를 겪었다. 이 때문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남유럽과 함께 가장 부진한 경제성적표를 받아왔다. 하지만 마이너스 폭이 빠르게 줄어들다가 지난해 플러스 성장(0.2%) 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 성장률은 1% 수준(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측치 기준)으로 전망된다. 회복세는 아직 미약하지만 한때 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기업의 몰락을 겪고도 버틴 핀란드의 힘으로 청년창업의 힘이 주목받고 있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나 클래시오브클랜의 '슈퍼셀' 등 이름난 핀란드 IT 벤처기업이 아니더라도 핀란드 현지에는 '스타트업 사우나'로 대표되는 학생 주도 창업이 활성화돼 있다. 디자인 디스트릭트의 또 다른 가게인 '리케' 소속 남성복 브랜드 'FRENN'의 대표 디자이너인 자르코 칼리오 씨도 청년 창업가다. 그는 "리케에서는 어느 디자이너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고 원하는 방식으로 진열할 수 있어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안성맞춤"이라며 "얼마 전 가을 신상품이 파리 패션위크에 갔다"고 소개했다.
노키아의 나라에서 모범 창업국가로 재빠르게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 핀란드는 지속적으로 확대된 창업 활성화 정책에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 크다.
정부가 편성한 201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 예산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2조3752억원 규모에 달한다.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창업기업 수는 2013년 7만5574개에서 2015년 9만3768개로 2년 만에 24%나 늘었지만 창업기업 3년 생존율은 지난해 38.2%로 수년째 OECD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 생존율과 성장성을 높일 수 있는 창업 보육기관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보육 대상자를 선정할 때 아이디어, 현재 시장 상황 및 가능성 등 명확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선발하고 설정된 보육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대학생 서 모씨(24)는 창업 전 학교에서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창업 실습 강의에서 '건수' 위주의 정책 폐해를 뼈저리게 느꼈다. 서씨는 "창업 경험을 해보라면서 한 학기 동안 팀당 총 150만원 지원에 그것도 건당 10만원 넘는 지출은 허락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행정적으로 영수증 처리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느려서 지출 후 두 달 넘어서야 지급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제약조건에 서씨를 비롯해 대다수의 수강생들이 선택한 것은 결국 티셔츠·꽃·화장품 등 간단한 소비재를 도매시장에서 사다가 파는 유통업종이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임기 5년 내에 성과를 보려는 현재의 관(官) 주도 정책으로는 의미있는 창업 활성화를 이룰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1970~198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과 지금의 벤처 생태계 조성을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정부는 법적·세제적 지원을 통해 민간에서 가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에 대해 자발적으로 활발한 인수·합병(M&A)이 일어나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 탄생한 IT 스타트업인 슈퍼셀도 2013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됐다가 현재는 중국 텐센트가 인수했다. 위 교수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벤처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기술지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종래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지원을 늘려도 직접 투자하는 입장의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위험회피 성향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대학생이 이른바 '스펙용 창업'을 하는 것도 무조건 나쁘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며 "우리도 경험을 통해서 학습하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어
스타트업 사우나 : 2010년 설립된 핀란드 알토대가 만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전국에 사우나가 300만개에 달할 정도로 사우나 사랑이 지극한 핀란드 국민들의 정서가 반영됐다. 사우나를 할 때 땀에 흠뻑 젖는 것처럼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헬싱키(핀란드)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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