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에 흔들리는 IBK기업은행

백상진 기자 2016. 10. 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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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승진 행장 두 번 배출.. 이번엔 '정권 입김' 작용할 듯

IBK기업은행이 금융권의 낙하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까지 두 차례 내부승진으로 은행장을 배출했다. 국책은행의 모범적인 개혁 사례로 꼽혀 왔지만, 권선주 행장의 후임은 정권 말기에 자기 자리를 확보하려는 낙하산 부대의 몫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말 임기가 끝나는 권 행장 후임으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초 유력 후보군에 포함됐던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돼 전체 판이 흔들렸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정 전 부위원장이 거래소 이사장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현 전 수석이 KB국민은행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쪽으로 가는 게 유력해졌다는 평가다. 현 전 수석 외에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도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군에 올라있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달갑지 않다. 청와대나 금융 당국 출신 낙하산 인사가 은행장으로 낙점될 경우 최근 두 차례 내부 출신 은행장을 배출했던 성과가 다시 묻힌다. 조준희 전 행장은 2010년 말 행원 출신으로 기업은행 최초로 내부승진한 행장이 됐고, 2013년 말 권 행장도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은행권 최초 여성 은행장에 오르며 ‘유리천장’(여성이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을 막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부 인사가 행장으로 올 경우 내부승진과 여성 은행장이라는 성과가 모두 빛이 바래는 셈이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 51.8%를 보유한 국책은행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은행이지만 다른 시중은행과 치열한 영업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권 행장 체제에서는 지난해 1조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건실한 실적을 유지해왔다. 올해 약 1500억원의 배당금을 정부에 지급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시중은행들이 대기업 구조조정 리스크를 줄이는 등 본격적인 수익성 관리에 나서는 상황에서 은행 경영 경험이 부족한 인사가 은행장에 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만 보면 지금처럼 내부승진이나 권 행장 연임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정권 말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외부에서 행장으로 오는 것을 막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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