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과 참새의 짧은 동거
[오마이뉴스 정현우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 아니?>에 실렸습니다. <너, 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 참새둥지 교실 사물함 위에 만들어 놓은 참새둥지 |
ⓒ 정현우 |
고3 교실에서 참새와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참새는 수업시간에 가끔씩 울기도 해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우리 반 친구들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점심시간에는 학교 앞 슈퍼마켓에 가서 계란을 사가지고 와 먹였다. 속이 좋지 않았는지 먹자 마자 똥을 싸기도 했다. 지저분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먹자마자 똥을 싸는 모습이 신기했다. 어떤 친구는 땅콩을 잘게 부수어 참새에게 먹였다. 물은 숟가락에 담아주었더니 작은 부리로 쪼아대며 먹었다.
우리가 주는 음식을 먹기는 했어도 움직임이 별로 없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시들어가는 모습은 지친 고3 학생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참새와 고 3학생의 닮음 꼴 때문이었는지 더욱 마음이 쓰였다.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며칠 후 참새는 숨을 거두었다.
처음 참새를 가져온 친구가 데리고 나가 어딘가에 묻어주었다. 참새가 우리와 같이 지낸 것은 사나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물과 음식을 주면서 살아나기를 바란 마음이 수포로 돌아갔다. 어떻게 해서 부상을 당했는지는 모르지만 날개 달린 새가 날지 못하는 것만큼 슬픔과 절망은 없을 것이다.
새의 날개와 비상은 자유를 나타낼 때 자주 쓰는 말이다. 날개를 펴지 못한 새의 죽음을 보면서 고3의 날개는 언제쯤 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대학에 가면 펼 수 있을까?. 대학에 가면 취직 공부를 하느라 또 다시 날개를 펴지 못할지 모른다. 우리 주변에는 날개는 달렸지만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고 3의 날개는 이미 굳어져 있지 않은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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