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삶의 質 비교해보니.. 생계 찾는 韓 취미 찾는 日

천지우 기자 2014. 7. 14.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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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번화가 하라주쿠(原宿)가 젊은이들의 거리라면 스가모(巢鴨)는 노인들의 거리다. 스가모역 인근 지조도오리(地藏通) 상점가는 철저하게 노인의 수요에 맞춰져 있다.

스가모에는 하라주쿠처럼 최신 유행 패션은 없지만 내복 가게, 카스텔라 상점, 약국 등 고령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과 편의시설이 가득하다. 어르신들을 배려해 가격표는 큼지막하고 거리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있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일부러 느리게 작동시킨다. 이 노인 전용 상점가는 매출이 수년째 오르고 있어 노인 복지를 연구하는 유럽 학자들이 논문을 쓰려고 자주 찾는다.

노인들만의 공간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주변이 떠오르지만 이들 공원은 소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이 그저 시간을 때우는 쉼터 성격이 짙다. 서울시는 2012년 스가모 거리를 모델로 삼아 탑골·종묘공원 일대 환경을 개선하는 설계 용역을 발주했으나 아직 스가모 거리처럼 연간 900만명이 찾는 명소로는 발돋움하지 못했다.

한·일 양국의 고령자들을 위한 사회환경 조성은 이처럼 다르다. 연금 등 고령자들의 삶의 질도 천양지차다. 연금제도가 성숙된 일본에선 65세 이상 고령자의 공적연금 수급률(2012년 기준)이 96.4%에 달하고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160만원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적연금 수급률(2012년 기준)이 34.8%,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36만원에 불과했다.

일본 노인들은 든든한 공적·사적연금소득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미흡한 한국의 노인 중 상당수는 여전히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해서 생활비를 대고 있다. 일본 고령자 평균 소득의 74%가 연금소득인 반면 우리나라 고령자 생활비의 53.1%는 근로·사업소득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고령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8.7%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41.6%에 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한국 노인의 경제활동은 단순노무직이나 농림어업 위주여서 양질의 일자리 개발이 절실하다.

보험연구원 류건식 고령화연구실장과 김동겸 선임연구원은 13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 노인 삶의 질과 노인 복지에 관한 소고'에서 우리나라 노인들의 공적연금 수급률을 높이는 등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한국형 스가모 거리 조성을 제안했다. '고령화사회' 선배 격인 일본이 노인 복지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각종 지표를 보면 양국 간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국제 노인인권 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지난해 91개국의 노인 복지 수준을 평가한 결과 일본은 100점 만점에 83.1점으로 종합 10위(아시아·중동권 가운데 1위)에 오른 반면 한국은 39.9점으로 67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특히 세부 항목 중 소득 분야에서 8.7점으로 90위에 머물렀다. 소득 부문 점수가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꼴찌인 아프가니스탄(2.1점)뿐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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