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들었지.. 집에 가자"

김지연 기자 2015. 4. 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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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소녀' 다시 일으킨 4개월차 女警] "언니랑 같이 걸을까" 묻자 "저 왕따로 너무 힘들어요 성적까지 떨어져 괴로워.. 그런데 죽기 싫어요" 눈물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19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배보영(26) 순경은 마포대교 전망대 부근 벤치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A양을 발견했다.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A양이 마포대교에 갔다"는 친구 B양의 신고를 받은 지 5분 만이었다. 이 벤치 뒤엔 150m 길이의 전망대가 있어 A양은 마포대교 어느 쪽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우산을 쓴 채 30분 가까이 한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인지 A양이 앉은 곳만 물에 젖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일 있니? 언니랑 같이 걸을까?" 배 순경이 A양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눈을 감은 채 울고 있던 A양이 "언니, 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죽기 싫어요"라고 입을 뗐다.

배 순경은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붉은 복숭아처럼 부어있는 상태였다"고 당시 A양 모습을 기억했다. 한눈에도 슬퍼보였다고 했다.

배 순경은 A양 앞에 쪼그려 앉아 허벅지에 양손을 올리고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10분간 대화를 나눴다. "예전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어요. 성적도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 괴로워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양은 교우 관계에서 문제를 겪어오다, 얼마 전 치른 중간고사에서 성적까지 떨어지자 이날 마포대교를 찾았다고 했다.

얘기를 다 들은 배 순경은 "친구(B양)와 가족이 얼마나 너를 걱정했는지 모른다"며 "너를 위해 울어줄 사람 한 명이면 된다. 지금 이 힘든 문제도 다 지나갈 거다"라고 말했다. 배 순경과 함께 용강지구대까지 간 A양은 황급히 달려온 부모 품에 안겨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 제복을 입은 지 이제 4개월째인 배 순경은 지난 두 달간 마포대교 위에서만 6명의 자살 기도자를 설득해 귀가시켰다.

배 순경은 "뛰어내리기 직전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자살 기도자 대부분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며 "관심이 사람을 살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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