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집 사라더니 이제 와서.." 1년 만에 정책 180도 뒤집은 정부

이보람 2015. 7. 22. 12: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년 만에 주택 관련 정책 바꾼 정부에 소비자들 비난 쇄도최경환 부총리 지난해 7월 LTV, 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천명"가계부채 조금 늘겠지만, 대출구조 개선되면 리스크가 줄게 될 것" 강조가계빚 폭증하자 1년만에 대출 상환심사 까다롭게 전환, 사실상 DTI강화'오락가락 정책'은 실효성 없고 주택시장 냉각 등 시장 혼란만 부추길 우려전세 없고, 월세 비싸 주택대출로 집을 사는 20~30대 주택마련 어려워져전문가들 정책 非일관성으론 경기부양도, 가계부채 관리도 모두 달성 못해

【서울=뉴시스】이보람 기자 = "대출금리 낮추고 DTI 규제 풀면서 돈 빌려 집 사라고 한 게 정부인데...이제 대출 깐깐하게 해서 안 빌려주겠다?"

"전세 없고, 월세 비싸 빚 얻어 집 샀는데, 원금 상환해 가면서 버틸 가구가 얼마나 되겠나?"

"엊그제까지 돈을 막 쓰라고 빌려 주더니 하루아침에 정책을 이렇게 바꿔버리나!"

1년 전 부동산 시장 활성화 명분으로 대출규제를 풀면서 '빚 내서 집을 사라'고 유도하던 정부가 이번에는 '집을 사기 위한 빚 내기'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금융소비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정부는 22일 대출자의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크게 세가지다.

먼저 주택 담보 대출은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 모두 나눠 갚아라, 두번째는 소득 범위 내에서 대출 취급이 이뤄지도록 은행들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철저히 따져라, 세번째는 은행권 중심으로 돈 빌리기 어려울 경우 상호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방식이 담보위주에서 대출자의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된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아 상환부담이 큰 대출자에게는 분할 상환 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해 과도한 대출은 억제키로 했다.

정부는 상환 능력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대출 심사의 기본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지난해 8월 LTV과 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빚을 내 집을 사라'고 유도했던 정책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지난해 7월 최경환 부총리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주택 거래를 저해하는 규제 등을 정상화해 시장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금액면에서는 조금 늘겠지만, 가계대출 구조가 개선되면 리스크가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정부가 1년만에 정책 방향을 선회한 건 규제를 풀고 기준금리까지 네차례나 내리면서 가계빚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또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론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 3월 기준 거의 1100조에 육박했다. 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8조1000억원 급증해 594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은행가계대출 증가액은 1월 1조원대에서 지난 4월 8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7조3000억원, 6월 8조1000억원씩 늘어나 상반기에만 3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인 37조3000억원에 거의 다다른 수치다.

문제는 정부의 '오락가락' 가계부채 대책이 실효성은 없이 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해 처음부터 빚을 나눠 갚도록 한다는 정부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금리로 마구 대출을 해주다가 갑자기 정책을 바꿀 경우 주택자금 마련의 제한으로 이어져 자칫 살아나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무엇보다 이자만 갚는 거치식 주택 담보 대출로 내집 마련을 계획했던 소비자들은 상당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리스크 사이에서 정부가 갈등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 두 가지 목표 중 어떤 것도 달성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소득심사를 정교하게 해서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규제 때문에 자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인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는게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전세난으로 주택 구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20~30대 계층이 오히려 주택 자금을 빌리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변동금리에 대한 부담을 크게 지우면 자산층보다는 실수요자인 20~30대의 주택 마련이 어려워 질 수 있지 않겠냐"며 부동산 시장에 인식되는 정보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다르겠지만,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iel0725@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