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신경숙 또다시 옹호.. "의도적 베껴쓰기 정확한 진실 모른다"

신효령 2015. 9.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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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형편없는 작가'였다는 자의적 평가,소설가 매장하려는 움직임에 합류할 수 없어"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백낙청(77)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이 표절 파문을 일으킨 신경숙(52) 작가를 또다시 옹호하고 나섰다.

백 편집인은 8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창비 계간지가 나올 때마다 페북을 통해 내용의 일부를 소개해왔다"며 "이번호의 경우 '책머리에'와 '긴급기획'만 간략히 소개했는데 거기 덧붙인 저의 의견 때문에 기왕의 논란이 더욱 가열되면서 다른 내용을 소개할 겨를도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의 먼젓번 글을 읽고 호의적인 반응을 표하신 분도 계셨습니다만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인 것 같다"며 " 그중 상당수는 단순히 불쾌감이나 실망감을 표시했고 또다른 상당수는 애당초 자신이 내렸던 단정적 판단에 제가 동의하지 않음에 분개하며 이미 너무도 익숙해진 주장을 되풀이하는 성격이었다. 반면에 기존의 입장대로지만 자기 견해를 성의있게 정리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비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경숙 사태의 여파로, 창비가 분단체제론을 포함해서 무슨 그럴싸한 이야기를 해도 이제는 믿음이 안 간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신다"며 "또 창비에 매우 호의적인 입장에서, 안할 말로 '꼬리자르기'를 해서라도 신경숙의 표절을 재빨리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창비가 추구하는 대의에 대한 설득력을 유지하는 데 이로울 텐데 왜 저러나 하고 안타까워하는 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문학담론에서건 사회담론에서건 진실에 입각해야 긴 생명을 누릴 수 있다"며 "우리가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2~3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앞으로 더 본격적인 논의를 시도하겠노라고 했던 것도 문학의 진실을 이제부터 제대로 탐구하고 토론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백 편집인은 "예술창작의 과정에서 모방, 차용 또는 도용의 결과를 마트에서 들고 나오는 고정된 물체처럼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과연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신경숙에 대한 표절시비는 마치 베껴쓰기의 현장을 CCTV로 지켜본 듯한 -'자, 이제 눈을 감고 내가 말하는 장면을 각자의 머릿속에 그려보자…'(가을호 353면의 인용문)-고발로 출발했다"며 "이런 식의 상상을 통해 하나의 추론에 도달하는 것도 물론 당자의 자유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론이요, 추정이지 그와 다른 모든 추정을 봉쇄하고 토론을 종결할 진실 자체는 아닌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잡담 제하고 신경숙의 해당대목이 의식적인 베껴쓰기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할 정확한 진실은 저도 모른다"며 "다만 두 어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다. 먼저 신경숙의 변호인을 자임한 윤지관씨도 '신경숙의 '전설'의 일부 문장들이 미시마 유끼오의 '우국'을 표절한 혐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357면)고 했는데, 그 점마저 제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은 창비사의 1차 보도자료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었고 회사 대표가 곧바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둘째로, 그렇다고 그것이 일부러 베껴쓰지 않고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보는 문학관, 창작관에는 원론적으로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더구나 상상력까지 동원해서 저자의 파렴치한 베껴쓰기를 단정하고 거기다 신경숙은 원래가 형편없는 작가였다는 자의적 평가마저 곁들여 한국문학에 어쨌든(항상 좋은 작품만 써낸 건 아니지만) 소중한 기여를 해온 소설가를 매장하려는 움직임에는 결코 합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창비나 저의 이런 입장을 상업주의적 타락이나 노쇠한 권위주의 탓으로 규정하는 동료 평론가, 동업 편집자, 문학교수 그리고 문학담당 기자들이 적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달라고 부탁하고자 한다"며 "창비의 실상이 그러하다면 누구도 창비의 조속한 몰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백 편집인이 게시한 페이스북 글엔 비판성 글이 쇄도했다. 한 누리꾼은 "배운 분들답게 매우 난해한 단어들로 돌려쓰고 어렵게 적는다는 느낌이다"며 "중요한 것은 표절은 나쁜 것이라는 점이다. 표절은 절취, 즉 도둑이다. 용서를 비는 게 우선이다. 도둑에 무슨 착한 도둑이 있고, 자기도 모르고 저지른 도둑이 있고, 도둑인 줄 모른 도둑이 있고, 장발장 같은 어쩔 수 없었던 도둑이 있냐. 배운 사람답게 교활해서는 안된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두 차례의 글을 보면 지극히 방어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은 창비의 몰락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창비 뿐만이 아니라 이미 한국 문학자체가 몰락했다. 상업적인 측면으로는 말할 것이 없고, 과연 담론적으로 문학이 현대 사회에 지배적인 담론, 아니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측면이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미시마 유키오에게 영향을 받았다. 무심코 그의 문장이 좋아 재활용했다. 이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냐"며 "그래서 이렇게 여럿이 달려들어 문자의 표면만 유사할 뿐 내면적인 의미는 다르다는 철지난 구문론을 보는 느낌이 참 이상하다. 어떤 연유로 창비를 지난 1년간 구독하였지만, 아까 말씀하신 윤지관씨의 글을 마지막으로 읽고 완전히 창비와 결별하고 더 이상 상종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선생님의 이와 같은 방어적이고 전형적인 기득권의 레토릭은 정치와 문학이 그리 멀지 않아 보임을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백낙청 편집인은 신 작가의 표절 파문이 일어난지 두 달여 만에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 책머리에 표절과 문학권력 논란에 대한 창비의 입장표명이 있었다"며 "백영서 편집주간의 명의로 나간 이 글은 비록 제가 쓴 것은 아니지만 저도 논의과정에 참여했고 거기 표명된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백영서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연세대 사학과 교수)은 지난 24일 가을호 책머리에서 "저희는 그간 내부토론을 거치면서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의식적인 차용이나 도용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표절이라는 점이라도 신속하게 시인하고 문학에서의 '표절'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토론을 제의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며 "창비가 '문학권력'으로 지목되는 순간 감정이나 도덕 차원의 비난 대상에 오르고 무슨 발언을 해도 불순한 권력행사로 비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문제 또한 찬찬히 따져볼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은 지난 6월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통해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경숙은 다음날 창작과비평 출판사에 보낸 메일을 통해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창비 문학출판부도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센 비판에 휩싸이자 창비는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입장글을 18일 오후 발표했다. 같은날 고려대 교수를 지낸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경숙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 표절 논란은 문학계 바깥으로 번졌다.

침묵하던 신경숙은 엿새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6월23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과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표절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던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태도에 누리꾼들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고, 표절 파문은 작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거대 출판사들의 '문학권력'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졌다. 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출간해온 창작과비평(창비), 문학동네(문동), 문학과지성(문지)이 한국 문학에 작동하는 '문학권력'으로 지목됐다.

이들 출판사들의 폐쇄된 권력구조와 상업주의, 문단 내 형성된 '침묵의 카르텔', 평론가들의 영혼없는 '주례사 비평' 등이 신 작가를 둘러싼 표절 논란을 무마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입장 표명 요구와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창비는 2개월 만에 또 다시 신작가를 두둔해 최근 논란을 일으켰다. 백영서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연세대 사학과 교수)은 지난달 24일 가을호 책머리에서 "저희는 그간 내부토론을 거치면서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창비가 '문학권력'의 축이란 비난을 들었던 것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표절 문제에 대한 발언이 특히 어려웠던 것은 그것이 또다른 쟁점, 곧 문학권력(내지 문화권력) 논란과 결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창비가 '문학권력'으로 지목되는 순간 감정이나 도덕 차원의 비난 대상에 오르고 무슨 발언을 해도 불순한 권력행사로 비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문제 또한 찬찬히 따져볼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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