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횟집 "22년 장사에 손님 한 명도 없기는 처음"

2016. 9.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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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불황 엎친데 콜레라 덮쳐.."세번째 환자 후 손님 뚝 끊겨 개점 휴업"
거제시 고현동 어촌횟집 정영석 사장이 횟집 앞에 섰다.

조선불황 엎친데 콜레라 덮쳐…"세번째 환자 후 손님 뚝 끊겨 개점 휴업"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횟집 시작 22년 만에 처음입니다. 점심 때 손님이 단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은…"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서 어촌횟집을 운영 중인 정영석(49) 사장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는 황당한 상황에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연합뉴스가 어촌횟집을 찾은 것은 지난달 31일 점심 때.

한창 붐벼야 할 횟집에는 정말이지 단 한 명의 손님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소름이 확 돋을 정도였다.

직접 회를 써는 정 사장과 서빙을 하는 종업원 2명, 그리고 주방 보조직원 1명 등 4명이 쓸쓸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횟집에는 모두 9개의 방이 있고 테이블은 모두 18개나 됐다.

테이블 당 4명씩 손님이 앉게 되니 꽉 찰 때는 주로 저녁시간 50여명의 손님들로 늘 북적거렸다.

예약 손님이 밀려 즐거운 비명을 지를 때도 많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거제의 양대 조선소들이 호황을 누렸던 2010년 이전에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었다.

회를 써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몸도 마음도 바빴다.

쉴 틈이 없었지만 피곤한 줄도 몰랐다.

지난달 31일 손님이 아무도 없는 횟집 안에서 종업원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덕분에 정 사장은 지금 횟집이 들어선 3층짜리 건물을 신축하는 등 돈도 꽤 모았다.

하지만 모든 게 옛날 일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부터 조선경기가 불황 조짐을 보이다가 올들어 '수주 절벽'으로 양대 조선소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거제 경기가 썰렁해 졌다.

자연스레 다른 음식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회를 찾는 손님들이 점차 줄었다.

여기에다 지난달 말에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거제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더니 세 명으로 늘어났다.

'업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주머니가 얇아진 조선소 직원들 발걸음이 뜸하더니 콜레라 발생 소식 이후엔 아예 발걸음을 끊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횟집 종업원으로 일하다 22년 전 거제시내에서 횟집을 차렸다. 이후 몇군데 거쳐 지금 이곳에서 5년째 제법 장사를 잘 했다."

그는 전성기를 회고하며 카운터에 있는 예약장부를 들어보였다.

지난달 이전에는 주로 저녁시간 예약 손님이 몰려 예약장부가 꽉 찼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첫 콜레라 환자 발생 이후 예약장부는 거의 비었다.

볼펜으로 찌∼익 그은 예약도 많았다.

예약을 취소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예약장부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점심 때도 손님이 없고 저녁에도 손님이 없었다.

'개점 휴업' 상태였다.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 사장은 매일 오전 7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근처 고현시장에서 어패류를 사와 10시쯤부터 점심 준비를 한다.

횟집 특성상 점심 손님보다는 저녁 손님이 많아 오후 4시부터는 본격적으로 저녁 장사 준비를 한다.

밑반찬도 만들고 횟감도 준비하고 손놀림은 늘 분주했다.

하지만 세번째 콜레라 환자 발생 이후 그의 일상은 깨졌다.

더 이상 바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을 닫을 수는 없다.

콜레라 파문이 끝나긴 하겠지만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다.

"콜레라 발병 원인을 정부가 정확히 밝혀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그는 콜레라가 장염 같은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 불과한 데 너무 불안감이 조성돼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거제시 장평동 한 횟집에 내걸린 플래카드

질병관리본부가 콜레라 발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해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첫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매출이 30% 정도 줄었고 두번째 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줄어든 매출의 절반이 또 줄었다. 세번째 환자가 발생하자 아예 매출이 없다."

정 사장은 하루속히 콜레라 파문이 진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주변 횟집에서 "매일 1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종업원들을 휴가보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그나마 횟집이 자신의 건물에 들어 있어 임대료는 나가지 않아 다행이다.

횟집 건물을 짓느라 받은 은행대출 이자가 꼬박꼬박 나가는 게 부담이기는 하다.

정 사장은 "일단 상황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루속히 콜레라가 물러가고 조선경기도 이전처럼 회복돼 신명나게 회를 썰어보고 싶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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