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긴급자금 200억 美에 송금..고작 컨船 5척 화물 내려

김정환,이승윤 2016. 9. 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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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압류 피했지만..물류대란 해소 '산 넘어 산'대한항공 600억 조건부 지원도 조기투입 불투명趙회장 사재 등 실탄 쪼개쓰기로 연명 언제까지

◆ 한진해운發 물류대란 ◆

미국 법원이 10일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하면서 일단 물류대란 최악의 국면은 모면했다. 한진해운 최대 노선인 미국에서 선박·화물이 압류될 상황은 간신히 넘긴 셈이다.

그러나 같은 날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 이사회가 추가 자금(600억원) 지원을 사실상 보류하면서 유동성 부족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선적된 화물을 하역하지 못해 발생하는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美 법원 결정 직전 긴급자금 송금

미국이 선박이 억류되지 않는 '세이프존'으로 결정된 데는 한·미 법원 간 극적인 긴급자금 동원 배경이 있었다. 미 연방파산법원은 한진해운 압류금지명령을 따내려면 9일 오후 11시(한국시간)까지 역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9일까지도 대한항공 이사회가 600억원 자금 지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 세이프존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데드라인 직전인 9일 밤 서울중앙지법은 한진해운 내부 자금(200억원)을 미국에 사전 송금하라고 지시했다. 또 13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재 출연(400억원)으로 추가 조달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미국 하역작업에 필요한 자금은 500억원 선으로 추산된다. 실제 운용 자금이 입금되자 미 법원은 압류금지명령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71개 컨테이너 노선 중 비중(20곳)이 가장 큰 북미 문제는 해결 수순을 밟았다. 미국 연방법원의 압류금지 명령에 따라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5척이 하역 작업을 시작했다. 시애틀과 뉴욕항 인근에도 3척씩 하역 대기 중이다.

배임 논란 대한항공 조건부 지원

미국에서 선박에 대한 압류 걱정을 덜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헤쳐나가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물류대란을 풀기 위한 추가 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현재 한진해운 배에 선적한 화물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700억원이다. 당초 한진그룹은 조 회장 사재 출연(400억원)과 대한항공 담보 자금지원(600억원) 등 1000억원 급전을 자체 조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 결정권을 쥐고 있는 대한항공 이사회가 10일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담보를 먼저 설정해야 돈을 주겠다는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사내이사들은 물류대란 해소 자금이 긴급히 필요한 만큼 먼저 자금을 지원한 후 나중에 담보를 설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사외이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항공 한 사외이사는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지원에 배임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00억원 조기 투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들고 있지만 이를 담보로 잡으려면 이미 담보 대출해준 6개 해외 금융사와 또 다른 주주인 MSC(지분 46%)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7개 승인 주체를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며 실제 실탄까지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달가량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며 "조기 자금 투입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머스크 등 해외선사에 SOS

추가적으로 구할 수 있는 자금줄은 두 가지다. 법정관리 직전 한진해운 주요 자산을 인수한 (주)한진을 통한 자산담보대출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법정관리 기업대출(DIP 금융)이다. 하지만 한진그룹과 산업은행 모두 이 같은 지원책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현실화할 공산은 크지 않다. 한진 고위 관계자는 "(주)한진 담보대출의 경우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이사회에서 배임 등 소지를 걸고 넘어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은 방법은 거점 항구 세이프존을 늘려 당장 압류 위기를 넘기면서 조 회장 사재와 한진해운 내부 잔여 자금(300억원) 등 700억원을 쪼개 쓰며 충격을 줄이는 방안이다.

한진해운 측은 개별 하역업체와 협상해 비용을 최대한 깎으면서 대체선박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화물 유랑사태가 길어지면 화주들 소송이 이어져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결국 정부와 한진해운은 가용자금을 쪼개 쓰며 현대상선·머스크 등 국내외 선사 대체선박을 늘려 물량을 소화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유럽 노선은 현대상선이 대체선박 9척을, 동남아 항로에는 다른 국적선사가 9척을 각각 투입한다"며 "머스크, MSC 등 외국 선사 선박도 미주 항로에 추가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와 MSC는 15일 부산에 기항하는 태평양 항로를 개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 붕괴로 해외 선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것이다.

[김정환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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