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 또 '늑장 재난문자'..인명피해 집계도 혼선
경주 지진 당시 뒤늦게 재난 문자를 발송했던 국민안전처가 이번 태풍에도 ‘느림보’ 재난 문자를 발송해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인명피해 집계에 혼선을 빚은데다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지방자치단체에 늑장 통보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지난 5일 국민안전처는 울산지역에 오전 6시31분 태풍경보 발령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6시간만인 오전 12시29분 태화강 홍수주의보 안내와 함께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울산은 이미 오전 10~11시에 이날 하루 통틀어 가장 많은 98㎜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 시간대에 북구 매곡에는 시간당 124㎜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국민안전처가 문자를 보낸 시점에 태화강 인근 태화시장은 이미 침수돼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었다. 6일 수해 복구가 한창인 태화시장에서 만난 이모 씨(41)는 “이미 물에 잠겼는 데 뒤늦게 조심하라는 문자가 무슨 소용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울산시 역시 오전 11시44분에야 첫 재난 안내 문자를 발송하는 등 대응이 늦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민안전처는 침수 피해가 예측되는 지역을 지자체에 늦게 통보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태풍 상륙 하루 전인 4일 오후 11시 이후 마산 창원과 거제 등 침수 피해 우려 지역을 경남도에 통보했다. 한 밤중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일선 지자체들은 태풍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국민안전처는 늑장 인명 피해 집계는 물론 피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오전 4시20분 울산 중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태풍이 울산을 강타했던 5일 오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뒤 사라져 이날 오후 태풍에 따른 실종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112와 119에 접수됐으나 안전처의 인명 피해 현황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태풍이 지나간 뒤 지자체들이 본격적인 피해 조사에 나서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6일 태풍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울산 온산소방서 강모 소방사(30)가 실종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강 소방사는 성실하고 바른 소방관이었다. 시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희생한 숭고한 뜻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에서도 실종자 2명 중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인명 피해는 사망 7명, 실종 3명 등 모두 10명으로 늘어났다.
현대차 울산2공장은 이틀째 복구작업을 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울산에서는 현대차 외에도 공장 20여곳이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태풍에 따른 전국 이재민은 90가구, 주택은 500개동이 침수됐고, 7700여㏊의 농작물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다. 태풍 피해가 집중된 울산시는 6일 태풍 피해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울산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울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건의했다.
국민안전처는 태풍 피해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특별교부세 8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별교부세는 울산 30억원. 제주 17억원, 전남 9억원, 부산 8억원, 경남과 경북에 각각 8억원씩이 배정됐다.
[최승균 기자 / 서대현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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