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차은택·체육계 김종, 전횡 휘두른 두 완장

고재석 기자 2016. 10. 26. 14: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공통분모로 청와대까지 얽히고 설킨 인맥 형성해 군림..2014년에 유독 논란 많아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사건 수사팀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K스포츠재단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팀은 이날 오전부터 두 재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관련된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60)씨 게이트 의혹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문화계와 체육계를 장악한 두 황태자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차은택(47)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과 김종(55)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다.

 

문화계 황태자라 불리는 차 전 단장을 연결고리 삼아서 나아가다보면 다양한 고위급 인사를 만날 수 있다. ‘학연’이 유독 눈길을 끈다. 차 전 단장은 홍익대 영상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2014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넘게 문화체육관광부를 이끈 김종덕 전 장관은 홍익대 영상대학원장을 지냈다.

 

김종덕 전 장관은 문체부 산하기관인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다시 ‘학연’으로 연결된다. 김 전 장관은 2009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양방향TV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의 심사위원은 5명이었는데, 그 중 한명이 박명진 (당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6월에 임명됐다.

 

역시 문체부 산하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의 김세훈 위원장은 김 전 장관과 같은 홍익대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임명 당시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출신이란 점 때문에 뒷얘기가 많았다. 김 위원장은 2014년 12월 내정됐다.

 

차은택 전 단장은 홍익대 석사 졸업이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예술학 DFA 과정(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이곳의 대학원장은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형수 씨다.

 

차 전 단장과 김형수 원장의 연결고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해당 대학원 홈페이지 교수소개에 따르면 김 원장은 주요경력 중 하나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자문위원(문화기술)을 기재했다. 그런데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영상총괄감독이 차 전 단장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순실 씨 딸 정유라(20) 씨가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금메달은 이후 이화여대 입학의 토대가 됐다.

 

본지 취재결과 차 전 단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 입학했다. 입학 과정에 대한 의혹도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대학원의 한 학생은 “(차 전 단장이) 2015년 1학기에 수업을 들었다. 지금은 휴학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대학원생에 따르면 차 전 단장은 미르재단 설립시기와 겹치는 2015년 2학기에도 대학원 전공필수 강의를 수강했다. 차 전 단장은 해당수업에 절반 이상 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차 전 단장의 외삼촌이다. 공교롭게도 김 전 수석 역시 2014년 11월에 임명됐다. 차 전 단장과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의 인연도 관심거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송 원장은 소문대로 차 감독이 콘진원장으로 보낸 것인가”라며 “차 감독과 아주 친하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송 원장은 “한 때는 아주 친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관해 김 전 장관의 전임이었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4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문체부는 차은택 영향 아래서 움직였기 때문에 문체부 모든 직원들이 그 사실을 안다”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7월 갑작스레 면직통보를 받고 이임식도 없이 문체부를 떠났다. 차은택 전 단장은 결국 유 전 장관이 떠난 직후인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됐다. 차 전 단장이 영상총괄을 맡은 인천아시안게임은 그해 9월에서 10월까지 개최됐었다. 

 

차 전 단장이 비선모임에서 활동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6일 ‘한겨레​’에 보도에 나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말에 따르면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는 매일 청와대로부터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하는 모임을 운영했다. 이 전 총장은 “​차은택 씨는 거의 항상 있었다. 최씨나 차씨와의 친소관계가 모임의 성격을 좌우하는 듯 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사건 수사팀이 압수수색 중인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K스포츠재단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 사진=뉴스1

체육계 황태자라 불리는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을 둘러싼 의혹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25일 ‘TV조선’은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 측근을 인용해 김 차관이 최 씨에게 인사청탁을 하고 수시로 만나 국정 현안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방송 직후 김 차관은 해명자료를 내고 “최 씨에게 인사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양대를 나와 미국 뉴멕시코대 대학원에서 스포츠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차관은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 기획홍보 과장을 거쳐 수원대 사회체육학부 부교수로 임용됐다. 2007년부터는 모교인 한양대로 옮겨 교편을 잡았다. 2013년에는 한양대에서 학장을 지냈고 그해 10월 차관으로 전격 내정됐다.

 

김 차관 역시 ‘학연’으로 구설수에 여러 차례 올랐다. 2014년 12월 5일 국회 교문위 회의에서 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메모를 건네다 논란을 빚은 우상일 체육정책관(현재 예술정책관)의 한양대 박사논문 지도교수는 김 차관이다. 이외에도 문체부 내 여러 고위직에 한양대 출신들이 약진하면서 관련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또 ‘문고리 3인방’의 하나로 꼽히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한양대 출신이다. 

 

유진룡 전 장관은 2014년 12월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김종 차관과 이재만 비서관은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 (인사 청탁 등은) 항상 김 차관이 대행했다”고 밝혔었다. TV조선 측은 25일 보도를 통해 이 연결고리에 최순실 씨가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 등은 최 씨의 전 남편이자 고(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인 정윤회씨 추천으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취재에 응한 한 문화계 인사는 “(2014년) 유진룡 장관이 (사실상) 잘리고 나서 문체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 특정 예술학교를 ‘좌파영화의 산실’이라 칭한다고 하더라”며 “(그 당시부터) 진흥정책을 계속 제안하던 현장 예술가들은 산하기관에 ‘왜 우리와 소통하지 않냐’고 따질 일이 많아졌는데 위에서의 압력이 있었던 거다”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차은택 전 단장과 김종 차관을 둘러싼 논란은 2014년에 유독 많았다. 논란이 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 역시 2014년 세월호 정부시행령 폐기 촉구선언, 세월호 시국선언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6일 최순실 씨와 차은택 전 단장의 주거지, 최 씨의 국내 사무실, 미르‧K스포츠재단 사무실, 전국경제인연합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최 씨와 차 전 단장의 소재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