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이정현에 직접 전화 걸어 "사태의 심각성 충분히 인식"

남기현 2016. 10. 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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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모두 바꾸면 국정시스템 붕괴" 선별 교체 결심 굳혀참모들 한때 '일괄 사퇴' 수습대책 놓고 격론 벌이기도

◆ 최순실 국정개입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이 열린 청와대 충무실로 입장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지난 25일 저녁 청와대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사태 수습 방안을 두고 참모들 간 이견이 노출됐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밤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다음날인 26일 오전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에 '깜짝' 참석했다. 최고위는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놨다.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 인적 쇄신, 한 점 의혹 없는 수사·처벌 등을 촉구한 것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에선 또다시 격론이 일었다. '무엇이 대통령을 진정 돕는 일이냐'를 놓고 참모들 간 논쟁이 불붙었다.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내부 기류는 '인적 쇄신은 답이 아니다'는 쪽에 기울어 있었다. 그러다 오후 들어 갑자기 기류가 바뀐다. 박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전화통화가 결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당의 인적 쇄신 요구에)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 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면서 청와대 분위기도 긴박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그러나 전면 교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선별적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선 청와대 모든 수석비서관들이 사표를 제출하고 박 대통령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일종의 일괄 사표 주장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순실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는 어디까지나 박 대통령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며 "참모들이 먼저 사표를 던지게 되면 이는 오히려 대통령을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일부 인적 쇄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폭과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안팎에선 시기는 그야말로 '금명간'이 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태 수습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쇄신폭과 관련해 주목되는 건 우병우 민정수석 포함 여부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와 관련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그런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에게 서류를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측근 3인방'의 거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누구보다 아끼는 최측근 그룹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스스로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한 이상 단순히 서류 전달 역할을 했을지도 모를 참모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인적 쇄신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들 중 일부라도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인적 쇄신 외에 다른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의 충격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모종의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대통령 본인의 문제로 생각한다"며 "스스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미리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의 탈당론에 대해서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24일 저녁 비서진 일괄 사퇴론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사태 수습을 위해 우리(참모들)가 일괄 사퇴하는 등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반면 그런 행동은 오히려 대통령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일부 참모들 사이에선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청와대 정무라인이 '일괄 사퇴론'에 무게를 뒀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국민 여론을 고려하고 대통령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일단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청와대 비서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뒤 현실을 고려해 일부 참모를 선별 교체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청와대 참모들이 이에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한 참모는 "우리가 자리에 연연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현시점에 일괄 사퇴는 진정 대통령을 위한 길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참모들이 정신 차리고 각자 자기 분야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대통령을 돕는 길"이라며 일관 사퇴론을 막았다고 한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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