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진룡 "내 후임 장·차관, 결재하다 모르면 차은택에 전화"
최순실 국정 농단 문체부선 무슨 일이
2014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6명이 일괄 사표를 낸 배경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앞서 말 안 듣는 공무원 정지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는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을 촉발한 두 재단 설립 허가의 주무부처다. 문체부에는 2014년 하반기부터 칼바람이 불었다. 그해 7월 유진룡 전 장관이 그만둔 게 신호탄이었다. 유 전 장관과 당시 퇴직한 1급 공무원 최모씨를 만나 당시 상황을 들어봤다.
Q :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유는.
A : “정부와 맞지 않는 게 여러 개 있었고 그 상황에서 내가 일을 하는 게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Q : 언제부터 미르재단 설립에 관여한 차은택씨가 문체부에 영향력을 미쳤나.
A : “내가 장관직을 그만둔 뒤로 차씨가 문체부에서 전권을 휘두른다는 이야기가 들렸다(※2014년 8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 차씨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위촉). 직원들 말로는 거의 모든 업무에 관여했다더라. 장·차관이 결재하다 모르면 차씨에게 전화해 물어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A : “있을 때는 몰랐다. 바퀴벌레들이 다 구멍 속에 들어가 있어서, 내가 나가자마자 바퀴벌레들이 쫙 출몰한 거다.”
Q : 징후도 없었나.
A : “돌이켜 생각하면 2013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건 등에 대한 대한승마협회의 감사보고 때인 듯하다. 승마협회는 아주 작은 조직이고 영향력도 미미하다. 굳이 청와대에서 승마협회를 지적해 조사하라는 게 이상했다. 진재수 당시 체육정책과장이 조사해 보니 승마협회의 ‘최순실파’와 ‘반대파’ 모두 비리가 많아 그대로 보고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노태강 국장과 진 과장을 좌천시키더니 결국 잘랐다.”
A : “내가 나간 다음 김기춘 비서실장이 유능한 1급 공무원 6명을 골라서 잘랐다. 이 ‘문체부 학살’이 다른 공무원 조직에도 소문나면서 학습효과가 생겼다. 그런 식으로 조직을 정비한 거 아니겠느냐. 청와대 말을 안 들을 것 같은 사람들을 자르면 이후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다음부터는 재단 등록이 하루 만에 이뤄지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거다.”
◆문체부 전 1급 공무원 최씨와의 일문일답
Q : 어떻게 그만두게 됐나.
A : “2014년 8월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새벽까지 일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김희범 전 1차관이 ‘조직을 위해 나가 달라’고 했다. 3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그만두게 됐다.”
Q : 그만두기 전까지 외압이 있었나.
A : “ 유 전 장관이 물러나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유 전 장관과의 친분과 정치성향을 조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또 출장을 갔는데 갑자기 공직윤리위원회에서 근무 이탈 경위를 파악하는 등 내보낼 사유를 찾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Q : 유 전 장관은 어떻게 물러나게 됐나.
A : “진보 성향 문화계 인사 지원책을 놓고 김기춘 실장과 입장 차이가 있었다. 또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유 전 장관이 정부에 쓴소리를 한 것을 계기로 틀어지게 됐다고 들었다.”
Q : 당시 문체부 상황은 어떠했나.
A : “유 전 장관이 물러난 뒤 갑자기 정부 상징체계와 국가 브랜드 사업이 추진되고, 진행 중이었던 ‘코리아체조’가 ‘늘품체조’로 바뀌는 등 변화가 많았다. 나중에 보니 모두 차씨가 주도한 것이었다. 당시 차씨가 대통령 양아들이 아니냐는 말이 돌 정도로 힘이 셌다.”
Q : 또 다른 변화는 어떤 게 있었나.
A : “문체부 조직체계가 달라졌다. 원래 1차관 업무였던 관광·스포츠·해외홍보가 2차관 소관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문체부의 주요 업무와 예산을 모두 김종 2차관이 맡아 처리하는 구조가 됐다. 또 체육국이 체육실로 승격되면서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Q : 김종 2차관은 어떻게 임명된 건가.
A : “임명 당시도 뜬금없는 인사라 말이 많았다. 과거 야구위원회를 통해 김기춘 실장과 알게 됐고 그 친분으로 차관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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