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차은택, 송성각에게 장관시켜준다고 했다"
[경향신문] ㆍ송씨 측근 “이력서까지 냈지만…송사 얽혀 차관으로 낮추기로”
ㆍ이후 차씨 은사 김종덕 문체부 장관 임명…외삼촌은 청 수석으로
ㆍ송씨는 차관급 콘텐츠진흥원장에…‘황태자의 인사 전횡’ 의혹
박근혜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47)가 CF감독으로 활동할 당시 ‘은인’이었던 송성각씨(58)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앉히려고 이력서까지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차씨와 그 배후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60)가 사적 인연을 앞세워 현 정부 문화정책을 좌우하는 장차관과 수석 인사를 좌지우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송씨가 장관 후보에서 제외된 후에는 차씨의 ‘은사’이자 ‘사장님’이었던 김종덕 당시 홍익대 영상대학원장(59)이 문체부 장관에 임명됐다. 같은 해 차씨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56)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송씨 측근 ㄱ씨는 28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2014년 5월쯤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같이 운동(골프)을 하던 송씨가 ‘형, 나 문체부 장관 될지도 몰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송씨에게 ‘무슨 얘기냐’고 물었더니 ‘차은택이 조감독 시절 내가 광고 줘서 잘됐다며 나를 은인으로 생각한다’며 ‘보답한다면서 문체부 장관 줄 테니 이력서를 달라고 해서 이력서를 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제일기획 제작본부장이던 2005년 CF감독이던 차씨에게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 광고를 제작 의뢰했다. 광고가 성공을 거두면서 차씨는 더욱 유명해졌다. 차씨가 9년 전 인연을 잊지 않고 송씨를 장관에 앉히려 했다는 것이다. 또 송씨는 광고업체 ‘머큐리포스트’ 대표를 지냈는데 이곳은 차씨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인 ‘엔박스에디트’와 주소지가 같아 차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송씨는 장관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ㄱ씨는 “2014년 6월 말쯤 송씨와 다시 운동을 했는데 송씨가 과거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라는 회사의 이사를 하면서 휘말렸던 송사 때문에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차관급으로 낮아질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송씨는 6개월 후인 2014년 12월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됐다.
차씨가 언급한 문체부 장관에는 김종덕 교수가 임명됐다. 김종덕 교수는 차씨의 대학원 스승이자 차씨가 조감독으로 일했던 광고제작사 ‘영상인’ 대표였다. ㄱ씨는 “그때는 별 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2개월 후 김종덕 교수가 문체부 장관에 임명돼서 놀랐다”고 말했다. 2014년 11월에는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내정됐다.
<유희곤·송진식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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