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 '국정원 규탄' 전국 첫 시국선언

김정훈 기자 2013. 6. 27. 14: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고등학생들이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정원 사태에 촛불집회와 성명 발표 등이 잇따르고 있으나 고교생들이 동참하기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경남 산청간디학교와 충북 금산간디학교, 인천 강화 산마을고등학교 등 3개교 학생회는 오는 29일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국정원 사태의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관련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선언문에는 대통령 차원의 예방대책 수립 요구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학생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8대 대선과정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경찰이 모두 확인됐는데도 대선 이틀 전 증거와 혐의가 없다며 중간발표를 했다"며 "최근 검찰 수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이 모두 밝혀졌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간디학교 학생회가 지난 24일 총학생회를 개최에 앞서 동참을 촉구하는 선전물. 선전물에는 4·19 당시 교복을 입고 시위에 나섰던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산청간디학교 학생회 제공이들 학생회는 "고등학생들의 안목으로도 이러한 시국은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학교별로 학생총회 등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학생회의 이름을 걸고 시국선언을 하는 것에 학생 모두가 공유하고 논의해 최종 의결했다"고 말했다.

앞서 산청간디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4일 전교생 120여명 중 90여명이 참여한 임시 학생총회를 열고 토론을 거친 뒤 시국선언 공표를 결의했다. 지난 주말에는 시국선언을 위한 선전물을 만들어 학내에 부착하고 서울 집회 때 사용하려는 선전물도 만들고 있다.

선전물에는 '부모·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1960년 4월 19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초등학생들이 외쳤다. 부모·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 마라…(중략)…국가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대통령이 통계자료를 조작하는 등 사진 속 저들이 피 흘려 일구어낸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같이 이야기하자. 그리고 같이 행동하자"라고 밝혔다.

산청간디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결의해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시국선언에 참여하는데 혹시 학생들 신변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청간디학교 서정한 학생회 부회장은 "정치적인 문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은 역사와 정치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여러 학교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른 대안학교에도 의사를 물었고 2개 학교가 동참하기로 했다"며 "이외에 다른 학교들도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