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트위터 잡아낸 누리꾼 수사대 "포털에 주목해야 한다"

입력 2013. 11. 27. 13:44 수정 2013. 11. 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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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 정치 개입 흔적 1년 동안 추적 실제 수사 결과로 드러나…특검 도입 시급하다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우리나라 네티즌 수사대들이 사건이 터지면 연예인 신상을 캐거나 어떤 연예인이 무슨 브랜드 옷을 입었는지 귀신같이 찾아내잖아요. 그런데 국정원 사건도 조금만 해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을 수 있는데 아무도 하지 않아서 저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선겁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까지만 해도 정치에 문외한이었던 자로(40, 필명)씨는 자신 스스로도 지난 1년 동안 밤을 새워가며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흔적을 찾고 있을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정원 사건이 터지고 자신과 같은 비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도 조금만 추적을 하면 국정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자로씨가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 흔적을 찾는 누리꾼 수사대로 활동을 시작한 것도 "직장인이고 전문적인 지식이나 첨단장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로 나오는데 검찰은 어디까지 찾을 수 있나 화두를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로씨가 추적한 내용은 진보 언론 매체가 단서를 잡아 취재를 보강해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행위로 연달아 드러났다.

자로씨는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국정원 트위터 핵심 계정 10개를 가지고 추적을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국정원 트윗 작성글과 연동된 또다른 트위터 계정을 찾았다.

트위터 계정의 신분이 뚜렷치 않을 때는 계정 아이디를 가지고 포털 사이트에 가입하는 방식을 통해 계정의 주인공을 발견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직접 작성한 인터넷 댓글에 주목하고 있을 때 전파력이 강한 트위터 계정 수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던 것도 자로씨의 주장이었다.

자로씨는 '트윗레벨'이라는 외국의 트위터 영향력을 분석하는 사이트에서 보수 여권 성향의 트위터 계정을 분석한 결과 일명 십알단의 윤정훈 목사의 트위터와 사이버사령부 소속으로 밝혀진 이모 중사의 트위터가 변희재, 지만원, 조갑제 등 보수 우파 인사들의 트위터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밝히면서 트위터 영향력을 무시했던 여권의 주장을 무색케했다.

자로씨는 사법공조를 통해 트위터 가입 당시 이메일을 확보하면 국정원 직원 신분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트윗 내용을 메일로 받을 수 있도록 설정하면 연동된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계정 신분을 캐는 것이 용이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올렸다.

그리고 검찰은 5만 6천여건에 이어 121만건의 국정원 트위터 계정의 글을 찾아냈다. 자로씨는 최근 김광진 민주당 의원과도 만나 자신이 추적한 내용을 공유했다. 자로씨는 "김 의원 역시도 자신이 수사권도 없는데 이 정도만 해도 흔적이 나오는데 특검을 하면 장난이 아닐 정도 규모의 흔적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21만건이라는 규모의 트위터가 공소장에 추가됐다고 해서 특검이 필요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자로씨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자로씨가 찾아낸 국정원 계정의 트윗글도 대부분 삭제가 된 경우이고 121만건도 빅데이터 업체를 복원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적인 빅데이터 업체를 조사하면 121만건보다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자로씨의 주장이다.

자로씨는 또한 "국정원 수사에서 현재 주목을 받지 않은 분야가 심리전단 2팀의 포털 부분인데 121만건 공소장 추가 변경 내용에 묻히고 있다"며 "특히 다음 아고라에는 댓글 리스트가 안 달려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을 이용해 오히려 여론 작업이 활발히 이뤄진 흔적을 많이 보이고 있어 조사를 하면 조작 행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로씨는 현재까지 국정원 직원을 도운 일반인 요원들의 실체는 정확히 드러난 게 없는데 포털 사이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이메일과 연동된 아이디와 계정이 있기 때문에 일반 요원들의 신분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특검제를 도입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누리꾼 자로씨의 블로그 대문 모습

자로씨는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 발언을 문제삼아 보수단체들이 고발한 것을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돌입한 것에 대해 "보수단체가 고발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 바로 정치 검찰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논리대로라면 천주교 신부들이 강론할 때 몸을 사려야 하고 말그대로 수사기관이 마음에 들지 않은 신부의 강론시간에 발언을 녹취해서 구속해버리면 된다. 한마디로 헌법을 위배한 종교탄압이다. 이런 식이면 대선 기간에 박근혜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수많은 대형 교회 목사들은 왜 가만히 두느냐"고 성토했다.

자로씨는 자신이 올린 글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는 것이 두렵다면서도 "잠을 줄여가면 신변을 위협받고 악플에 시달려도 제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친듯이 흔적을 찾고 글을 올리기 전에는 얼마나 고민하는지 모른다. 저도 빨리 그만두고 싶다.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로씨는 "검찰이 제대로 한다면 언론이 살아있다면 이런 일을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냐. 추적을 치밀하게 할 수 있는 것도 기자 분들인데 규모가 큰 언론사의 보도를 보면 침묵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지로씨는 향후 민주당 의원과 일부 언론사와 논의해 군의 또다른 선거 개입 행위 증거를 수집해 폭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로씨는 마지막으로 "주말 자녀를 데리고 촛불집회가 아닌 여행을 갈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 때까지 추적을 멈추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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