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지키자는 철도파업.. 시민 지지 20년 새 처음 봐"

박철응 기자 2013. 12. 1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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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번날 파업 참가 기관사 "민영화 막을 것"

"열차 몰면서 밥벌어먹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파업은 처음입니다. 시민들이 지지해주니까요. 공공철도 기관사의 자부심을 갖고 있고 꼭 지킬 겁니다."

코레일이 13일 오전 집계한 파업참가 기관사는 2627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파업 중 현업 복귀율도 12명(0.5%)에 불과해 전체 파업 복귀율(7.5%)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다른 철도 직종보다 근무조건이 괜찮아 기관사들은 파업에 미온적이라던 평가가 뒤집혔다.

서울역에서 선전물을 나눠주던 기관사 ㄱ씨(42)는 "오늘은 비번일"이라고 말했다. 21년째 코레일에서 일한 그는 '필수업무유지 기관사'로 분류돼 열차 운행에 투입됐다가 비번이면 선전전과 집회에 나오고 있다. 파업 5일간 일터·싸움터를 오가고 있었다.

ㄱ씨는 "역에서 만나는 시민들 중에 추운데 고생한다며 따뜻한 음료수를 사주거나 5만원권을 손에 쥐여주고 가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대부분 지지해준다"면서 "2009년 파업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악플'도 거의 없고 피부로 느껴지는 게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2009년 인력 감축과 사측의 단협 폐기에 맞서 파업을 했다. 이번에는 '민영화 반대'를 기치로 내건 점이 다르다.

ㄱ씨는 속내는 임금 인상을 더 바랄 거라는 얘기가 나올 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그는 "기관사들이 처음 운전대 잡을 때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공공성이다. 내가 운전하는 열차에 못사는 사람, 몸이 약한 사람, 소외계층도 다 탈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민간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파업에 참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민영화 반대만 이뤄낸다면 임금인상 요구는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고 지금 다른 조합원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ㄱ씨는 전했다.

외려 걱정하는 것은 사고였다. ㄱ씨는 "평상시 장거리를 한 번 운전하면 그 다음엔 단거리를 하는데, 파업 후에는 계속 장거리를 하거나 단거리를 두 번씩 왕복하며 누적된 피로가 심각하다"면서 "비정상적 신호나 차량 고장이 발생했을 때 위기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전철 1호선의 광운대역·종각역·서울역에서 멈춰선 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조원이 아닌 관리자급 내부 대체인력들은 쉬는 시간도 없이 운전하고 있어 더 우려스럽다. 다음주로 넘어가면 굉장히 힘들어할 것"이라고 했다.

ㄱ씨는 "어쨌든 승객들에게는 불편을 드리게 됐으니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이고 이 파업의 끝이 어디일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철도의 미래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민영화는 꼭 막고 싶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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