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연금 세금폭탄' 논리 뜯어보니.. 1702조는 기금 고갈 후 25년간 추가로 필요한 재원

문수정 기자 2015. 5. 11.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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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50%로 높이고 2056년 고갈 가정해 계산 "청와대가 불안감 조장" 시각

청와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조정(40→50%)에 대해 '1702조원 세금폭탄'이라는 논리를 꺼내들었다.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논쟁은 '보험료 2배'에 이어 '세금폭탄'으로 번지게 됐다. 야당은 "청와대가 뻥튀기 자료로 사실을 호도한다"고 비판했다.

야당과 보건복지부, 청와대는 모두 '2013년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근거로 말하고 있다. 똑같은 자료로 전제와 셈법을 달리해 상반되고 극단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중이다. 소모적 진실공방 속에서 국민연금의 신뢰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1702조원은 2080년까지 보험료 안 올릴 때 필요한 재원=청와대에서 10일 '1702조원 세금폭탄' 발언이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미루어 짐작한 해석을 내놓았다. 청와대가 어떤 계산에서 나온 수치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아 숫자를 보고 근거를 역추적했다.

1702조원 계산법은 이렇다. 보험료율을 현행 9%로 고정한 채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렸을 경우 2016년부터 2080년까지 65년 동안 연금 지급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재원을 말한다. 1702조원이 65년 동안 반드시 매년 26조원씩 투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금이 고갈되기 전까지는 추가로 재정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기금 고갈 시점이 소득대체율 40%일 때보다 4년 빨라진 2056년이 된다.

1702조원은 2056년 기금이 소진된 뒤 2080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돈이다. '세금폭탄'이란 표현은 이 돈을 모두 세금에서 충당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현재 국민연금법은 공무원연금법과 달리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없다. 세금을 투입하려면 이 법을 바꿔야 한다).

연금 기금이 소진될 경우 국가 재정 투입과 부과식(매년 지급해야 할 연금액만큼 보험료를 걷는 방식) 보험료 징수를 혼용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액 세금 투입'이란 극단적 가정을 내놓았다. 이 경우 2056년부터 2080년까지 25년간 필요한 세금이 1702조원이 된다. '연간 26조원'은 이를 65년(2016∼2080년)으로 나눈 수치다.

◇1인당 연간 209만원씩 보험료 더 내야?=김 수석은 "세금을 투입하지 않으려면 내년에만 34조5000억원,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209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도 했다. 34조5000억원은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당장 16.69%로 올린다는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16.69%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도 2100년 이후까지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이다. 2013년 재정추계의 이 대목을 갖고 복지부가 '보험료 2배'라고 한 것을 청와대는 금액으로 바꿔 말한 것이다.

김 수석의 말대로라면 209만원을 '모든 가입자가 연간 추가로 내게 되는 금액'처럼 보이지만,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 2100만명 전체를 놓고 한 계산이 아니다. 군 입대, 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 '납부예외자'를 뺀 1656만명에 대해서만 계산했다. 납부예외자 규모와 대상은 매달 달라진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만 본인이 부담한다는 전제조건도 빠져있다. 이런 설명이 없다보니 직장가입자도 연간 209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약 60% 정도는 직장가입자다. 청와대 계산처럼 납부예외자를 제외하면 실제 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75%가 직장가입자다. 직장가입자는 연간 추가 보험료 209만원 중 104만5000원만 본인이 부담한다.

김 수석 발언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조정하려면 보험료율을 16.69%로 올려야 한다'로 요약된다. 다른 선택지는 모두 배제했다.

◇'세금폭탄'이란 용어 선택…공포 마케팅?='세금폭탄'이란 표현은 '연금보험료=세금'이라는 국민의 막연한 인식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연금보험료는 나중에 연금으로 돌려받는 돈이다. 이를 준조세로 여기는 인식을 없애려고 그동안 정부는 '연금보험료는 세금이 아니다'고 강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거꾸로 '세금폭탄'이란 용어를 들고 나온 데 대해 '공포 마케팅'으로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은 연금제도와 정부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란 것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보험료 2배'나 '세금폭탄'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맥락 없이 쏟아내고 있다. 국민에게 '보험료만 오르고 국민연금은 못 받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과 공포만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상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쓸데없는 논란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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