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없는 미국..경기 둔화도 '완만' 예상

2015. 11. 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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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금리 인상기와 큰 차이, 중국·한국은 과잉투자·과다부채 이중고

기준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있다. 첫째, 9월 말 이후 중국 등 신흥 시장의 불안이 진정됐다. 둘째,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작년 4분기 이후 수입 증가로 국내 경제활동과 고용을 위축시켰던 달러 강세의 부정적인 영향도 완화되고 있다. 달러 인덱스가 3월 이후 10월 중순까지 6.4% 하락한 영향이다. 셋째, 10월 들어 미국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2009년 7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전년 동월 대비 2.5%). Fed는 12월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연초의 글로벌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더 이상 남아 있는 정책 카드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일본중앙은행(BOJ)·중국인민은행(PBOC)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여차하면 유동성을 추가로 확대, 공급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예치금 금리를 마이너스 더 깊은 곳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2016년 2분기 중반까지는 여타 중앙은행들의 정책 기대가 하단을 방어하며 주식 등 위험 자산의 가격 반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분기부터 기업 실적과 미국 경제지표 측면에서도 환율 효과는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내 금리 인상 전망으로 다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달러 인덱스는 2~3분기 이후인 2016년 하반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 자산의 반등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최근의 주가 반등은 기업 이익보다 정책 기대(Multiple)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에 대한 정책 기대와 환율 효과일지라도 미국 경제지표와 기업 이익의 모멘텀 전환은 내년 2분기 중반까지 위험 자산의 가격 반등을 지지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 시그널?

“과거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경제와 금융시장은 어땠습니까?”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법은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 금리 인상 당시와 현재 미국 경제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세 차례의 금리 인상 시작 시점에서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예외 없이 기준선인 100을 강하게 뚫고 올라가던 경기 개선 초기였다. 시장은 금리 인상을 경기 회복의 시그널로 받아들였고 주가와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는 반대다. 오히려 기준선인 100을 강하게 하향 돌파 중이다. 예전 같으면 금리를 인상하다가 멈춰야 하는 시점이다. 과거와 달리 미국 경제가 8부 능선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Fed는 기준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현재 이해되지 않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다양한 반응들은 과거 금리 인상의 막바지에서 나타났던 현상들과 비교해 보면 대부분이 이해가 된다. 경기가 무르익은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매파적일수록 장기금리는 하락하고 수익률 곡선은 평탄화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된다.

아직 금리 인상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이 금리 인상의 막바지라는 이야기가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양적 완화의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은 2014년 1월부터 시작됐다. 테이퍼링 이후 Fed의 통화정책은 가장 완화적인 수준에서 덜 완화적인 수준으로 23개월을 움직였다. 1990년대 이후 세 차례의 금리 인상 기간은 평균 16개월, 최대 25개월이었다. 이미 Fed가 완화적인 수준을 거둬들이는 기간은 역사상 가장 긴 기간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면 왜 미국은 굳이 기준 금리를 올리려고 할까. 미국 경제는 역사상 가장 긴 상승 사이클이 진행 중이다. 경기 후행지표인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0%를 정점으로 6년째 하락하고 있다. 10월에는 5.0%까지 떨어지며 Fed가 추정하는 자연 실업률(5.0~5.2%) 수준에 도달했다.

내년 정점으로 미국 경기 둔화

자연 실업률(NAIRU)은 균형 실업률로, 완전고용하에서 인플레이션을 발생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실업률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의 ‘체력’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 개선이 지속돼 실업률이 자연 실업률 아래로 더 내려간다면 이제부터 과열이며 오버슈팅이 된다. 물론 아직은 오버슈팅의 정도가 크지 않다. 하지만 과거 오버슈팅이 깊을수록 버블을 만들고 버블 이후에는 어김없이 경기 침체에 빠졌던 것이 전형적인 미국 경제의 사이클이었다.

경제는 일반적으로 우상향 기울기로 성장한다. 다만 1% 성장은 경기가 부진한 것으로, 5% 성장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차이 정도가 있다. 금융 위기를 겪으며 후퇴했던 경제는 이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개선되는 속도의 기울기는 이전에 비해 완만해졌다.

이전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과거의 성장 속도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른 바 ‘뉴 노멀(New Normal)’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장기 성장 정체(Secular Stagnation)’라고 표현했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과 저물가 기조는 고령화와 정보기술(IT) 발달에 의한 구조적 변화다. 과다 부채에 따른 레버리지 축소와 교역량 감소도 중요한 배경들이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 중이지만 내년을 정점으로 완만한 둔화가 예상된다.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지만 과거에 비해 디레버리징 이후 과잉투자와 과열이 없는 상태다. 지금까지의 경기 상승 국면도 완만했지만 반대로 향후 경기 둔화 과정도 상당히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오버슈팅이 깊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2017년 이후의 경기 둔화는 후퇴가 아닌 기울기가 한 번 더 낮아지는 단계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과잉투자와 과열이 없는 상태에서 겪게 될 경기 둔화 국면도 과거 경기 둔화기에 비해 건전하게 진행되는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추세는 강하지 않겠지만 변동성 확대 위험은 높아질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불행하게도 과잉투자와 과다 부채 문제를 동시에 안고 글로벌 경기 둔화를 맞이하게 될 중국과 한국이 처한 상황은 조금 다르다. 물론 경기 둔화 국면에서의 글로벌 환경은 과거에 비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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