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기동 "한국사 초본 봤다, 통일신라 → 남북국시대로 기술"

백민경 2016. 10. 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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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위 국정감사에서 답변"발해와 양립 의미, 좌파 사가들 표현근현대 비중 줄인다더니 안 줄여밀실집필로 충분한 논의 없는 듯"본인이 심의위원인지는 안 밝혀교육부 "사적으로 열람은 안 돼"
이기동(73·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국정 한국사교과서의 구성과 내용 등 일부를 공개했다.

국정 한국사교과서는 내용뿐 아니라 집필진·집필기준, 편찬심의위원 등 일체가 정부에 의해 공개 금지돼 있다. 이 원장은 2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 말, 6월께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집필진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교과서) 초본을 봤다”며 “교과서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국사교과서는 6월 이전 집필진의 초고(草稿, 초벌로 쓴 원고)가 완성됐으며 7월 편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상태다.

그는 “책을 넘기면서 목차를 힐끗 봤다. 시대별 배분이 6개 챕터(chapter, 章)로 돼 있고, 기존에 줄이기로 했다던 근현대사의 양이 종전과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근현대사는 조선 말 대원군 집권 이후를 말한다.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 성립,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등을 놓고 역사학계 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의 양을 현행 50%에서 40%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원장은 “(국정교과서가) 통일신라시대를 남북국시대로 기술했다”고도 했다. 남북국시대란 발해와 통일신라가 양립했던 시대를 뜻한다. 그는 이런 기술에 대해 “보통 남북국시대라는 표현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좌파에 가까운 역사가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감에서도 “지리적으로 단순히 나눠 북쪽 정부와 남쪽 정부를 인정하는 논리이며 이렇게 되면 1948년 이후 현재 상황은 제2의 남북국 시대가 되고 북한 정권을 인정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집필진 비공개 등 ‘깜깜이 집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정 교과서 집필이 ‘밀실 집필’이 되면서 집필진끼리도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지혜라도 더 구해야 할 때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대별 배분에 대해서도 “지난해 근현대사를 40% 이하로 줄이자는 방침이 정해졌는데도 반영이 안 돼서 집필자들 사이에서도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고나 다음달 완성될 예정인 개고(改稿, 수정 원고) 내용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현재 극히 제한돼 있다. 집필진이나 편찬심의위원회 위원 등만 접근이 가능하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도 국회의 한국사교과서 원고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초본을 봤다는 그의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사적인 자문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적으로 봤다면) 준 사람도 문제고 심의위원이 아니라면 규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집필진도, 편찬심의위원도 아닌데 초고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대해 “역사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아는 사람도 많고 서로 내용에 대해 자문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편찬심의위원회 위원인지 여부에 대해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교과서에 대해 개인적으로 자문을 받는 일은 없다. 사적으로 열람할 수 없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따랐을 것이다. (이 원장이) 편찬심의위원인지 여부는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고대사 전공자로 서울대 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일 역사연구촉진 공동위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위원회 위원, 동국대 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97년 이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역사 학계의 한 인사는 “이 원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 원로학자다.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 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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