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어린이집 폭행과 '고자질', 교사들 침묵 뒤엔..

손석희 2015. 1. 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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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시작은 앵커브리핑입니다.

'고자질'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오늘(21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입니다.

"고자질하지 말아라"

어린 시절 친구나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지요. 고자질의 사전적 의미 역시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일'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고발' 이런 단어는 어떠십니까. 고발 역시 남의 잘못을 알리는 일이긴 한데, 분명히 차이가 있어 보이죠?

고발에는 공익을 위한다는 긍정의 의미가 들어있는 반면, 고자질엔 부정의 의미가 숨어있지요. 어떤 이유로든 고자질을 한 사람은 치사하다. 의리가 없다. 혹은 배신자다. 욕을 먹기 십상입니다.

어린이집 원생 폭행사건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어제는 우는 아이 입에 휴지를 물린 어린이집 원장이 긴급체포됐죠. CCTV 설치 문제가 논란인 가운데 또 다른 쟁점도 불거졌습니다.

"같이 있는 선생 모두가 책임이다. 감시 의무감을 갖고 막았어야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버럭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가 맞을 동안 동료 교사는 무얼 했느냐는 지적이지요.

실제로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동료교사 등 관계자가 신고했을 경우 강력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부모가 신고했을 때보다 4배가량 높습니다. 곁에서 지켜본 교사의 신고 내용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보육교사 등 관련자의 신고 비율은 5명 중 채 1명이 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재작년 대구시의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이 어린이집 비리를 고발한 보육교사 명단을 공유해온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러니 누가 고발을 쉽게 할 수 있었을까요?

정당한 고발을 고자질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그리고 보육현장에서 어린아이와 학부모의 권익보다 원장의 사익추구가 우선시되는 순간. 어린아이를 돌보고 길러내야 하는 보육현장은 CCTV에 의존해 감시와 통제를 해야 하는 '우범지대'로 전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제국을 건설한 대통령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나는 어린이를 교육한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

1960년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린든 존슨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에겐 어린이가 곧 미래의 제국이고 영토였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우리에겐 존슨보다 30여 년이나 앞서서 이런 말을 남긴 분도 있습니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위하고 떠받쳐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고 무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1930년에 소파 방정환 선생이 남긴 말입니다.

이 말씀비 앞에서 고자질과 고발을 얘기하는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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