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벨상'에 분발은커녕 한의사-의사, 또다시 '설전'
중국 과학자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놓고 갈등해온 두 단체가 노벨상을 계기로 또다시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한의협은 8일 “중국은 중의학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중의사들은 진료 X레이나 초음파 등 현대 의료기기를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의학의 과학화·현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스웨덴 카롤린스카 노벨위원회는 전통약재(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 물질을 발견한 투유유 중국 전통과학연구원 수석교수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개똥쑥은 들판에서 자생하는 한해살이풀로, 소화계 질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협은 6일에도 “중국의 노벨상 수상은 중국의 중의학 지원 노력에 대한 결과”라며 “한국은 더 뛰어난 한의학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양의계의 반발로 인해 한의학 과학화로 한발도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의협이 노벨상 관련 성명에서 ‘양의계’를 겨냥한 것은 양측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사의 X레이·초음파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7일 “(노벨상은)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가와 전혀 무관한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대한 성과”라며 “한의협은 이를 왜곡해 견강부회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중국 투 교수의 연구는) 임상효과 입증 등 현대의학적 방법·원리로 생약학적 가치를 발견한 것이므로 현대의학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8일에도 성명을 내고 “‘한방 다이어트로 위가 줄어들었다’며 초음파 사진을 사용해 허위과장 광고를 한 한의사가 벌금형으로 기소됐다”면서 “이 사건을 통해 왜 의사들만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한의협은 오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고, 의협은 24일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에서 현대 의료기기 허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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