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184명 체류.. 北, 최악 경우에 협상 인질로 삼을 수도

강윤주 2016. 2. 1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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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에는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했지만 당장 근로 인력과 물자, 생산시설을 온전히 철수하기까지 북측과 상당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철수과정에서 북한이 어깃장을 놓으면 최악의 경우 우리 국민이 협상의 인질로 억류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개성공단 철수 작전의 본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얘기가 나오는 연유다. 북한은 이날까지 침묵하고 있다.

정부는 철수 작전 목표로 먼저 개성공단에 체류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최대한 많은 시설과 자재를,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철수 시킨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급선무는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측 근로자들을 안전하게 철수시키는 문제다. 개성공단에는 평소 900여명의 우리 근로자들이 근무했으나 지난달 4차 핵 실험 이후 650명으로 출입제한이 이뤄졌고, 이번 설 연휴 때는 10일 현재 184명만 체류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 발표에 앞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한에 우리 국민의 안전 귀환을 위해 협력해달라는 통지문을 보냈다. 정부는 일단 11일부터 개성공단 출경 불허조치와 함께, 입주기업 124곳 중 한 명도 체류하지 않고 있는 55군데 기업 관계자 한 명씩만 출입을 허용, 철수 작업에 본격 돌입한다. 하지만 남은 인원들도 이르면 이번 주말 또는 내주 초까지 완전 철수시킨다는 방침이다. 통일부는 황부기 차관을 단장으로 한 개성공단 상황대책본부를 10일부터 가동, 철수작업 전반을 관리한다.

기존에 만들어놓은 완제품과 자재, 임가공 생산설비를 남쪽으로 옮기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비핵화를 공단 재개 조건으로 내걸면서 공단이 사실상 폐쇄 수순에 들어가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시설 설비를 챙겨와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측이 재산권 운운하며 시설 설비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북한이 관련 시설의 재산권을 일방적으로 동결시키고 몰수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전면 중단이라는 카드를 먼저 꺼낸 우리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적반하장’ 전략으로 나올 공산도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 및 북한 당국에 내는 세금, 토지 사용료 등 이른바 정산 문제는 최대 난제다. 북한이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받아내려 무리수를 두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우리 측 기업인들을 인질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은 2013년 개성공단 운영중단 때도 미수금 문제를 이유로 우리 기업인의 귀환을 차단한 전례가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철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개성공단에 공급하는 전기와 식수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전기 10만kW와 식수 6만톤은 개성 시내에서도 일부 이용되고 있어 단전 단수 조치가 취해지면 개성시민들도 타격 받게 된다.

남북의 철수 협상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나, 남측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채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협의는 다차원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별도의 당국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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