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검사 위해 8시간 굶길 필요 없다"
비공복 검사가 더 권장…일부 환자만 공복 검사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으려면 검사 전 8시간 동안 꼭 굶어야 할까?
많은 의료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 등 지질 농도를 혈액검사로 측정하기 전 최소 8시간 이상 환자를 굶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복 측정 관행의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실제 의료에 필요한 지질 농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도 환자만 괴롭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4일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유럽동맥경화학회(EAS)와 유럽임상화학 및 실험의학협회(EFLM)는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非)공복으로 측정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더 낫다고 권고했다.
두 협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은 유럽심장학지(EHJ) 최신호에 실은 논문에서, 덴마크·캐나다·미국 등에서 30만명 이상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공복과 비공복 상태에서 잰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공복 상태에서 잰 수치가 아닌 정상적으로 식사한 상태에서 재는 것이 하루 평균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농도를 더 잘 반영하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8시간 이상 굶는 건 검사받는 사람들에게 '장벽' 역할을 하며, 많은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대부분 비공복으로 재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이, 노인 환자, 처음 지질검사를 받는 사람, 심혈관 질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검사일 경우, 규칙적 약물 복용자, 당뇨 환자,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ACS) 환자, 육체노동자와 본인인 원하는 사람 등은 비공복 측정을 하라고 권고했다.
당뇨환자의 경우 공복측정을 저혈당증을 일으킬 위험성과 고중성지방혈증이 은폐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공복 측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비공복 검사에서 중성지방 농도가 5 mmol/L (440 mg/dL)일 경우, 고지혈증으로 인한 췌장염에서 회복될 때, 심한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 등을 그런 예로 들 수 있다.
연구진은 공복-비공복 두 방식은 서로 배척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에 있다면서 "그럼에도 비공복 검사를 기본으로 삼는 것이 여러 면에서 이익이며 이는 덴마크 등에서 이미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환자를 8시간 이상 굶겨 필요 없이 힘들게 하고 검사를 회피하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추가 검사와 심혈관질환 예방 및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환자가 의료진 권고에 더 잘 응하고 수칙을 지킬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료기관으로서도 배가 고픈 환자들이 대부분 오전 일찍 검사를 받으려 몰리고, 그 여파로 인한 의료진과 행정직원 등의 비효율적 배치와 운영도 줄어든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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