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 안 듣는 '조피아' 배후에는 조달청 있었다

2016. 8. 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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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조우회 회의록 입수…“조달청에서 사람 보냈다. 선출하자”
조우회장 역임 인사들 “30여년 동안 이사장은 모두 조달청이 추천”

‘조달청 마피아 특혜 논란’과 관련해 조달청이 퇴직 간부들을 퇴직자들의 친목단체인 조우회 상근 임원으로 선출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낙하산으로 임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달청은 29일 조우회와 33년간 맺은 국가비축물자 독점 수의계약을 내년부터 폐지한다고 밝혔으나 “조우회 임원 선출 과정에 조달청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만큼은 굽히지 않고 있다. ‘조피아’(조달청+마피아) 근절 대책을 요구하는 국회에도 조달청은 ‘낙하산 임명이 없다’고 답해왔다.

■ 조달청의 거짓말…국회까지 속여 조달청은 지난 33년 동안 조우회에 수백억원대 비축물자 보관 관리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줬다. 이에 국회 등에서는 수의계약을 주는 대가로 조달청장이 조우회 상임이사 3명을 추천해 취업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도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이런 점을 따져 물었다. 조달청은 “조우회 이사장은 회원 중에서 총회에서 선출하며 비축물자사업 수익 대가로 취업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입수한 2015년 10월30일 조우회 제75회 임시총회 녹취록을 보면, 이사장 선임 과정에 조달청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의장은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 “(조달)청에서 새로운 사람을 보내서 선출해야 합니다. 추천된 회원(권아무개 현 이사장)에 대해 다른 의견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이어 회의에 참석한 이사 15명 전원은 “없습니다”라고 답한 뒤, 조달청 추천 인사를 예정대로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비상근 총괄이사가 “회원 중에 사무총장을 총회에서 승인 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고, 조달청에서 보내는 인사 중 한 명을 받아라 그러면 (중략) 조우회 살림을 조달청에서 보내서 관리하는 모습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 조달청 33년 동안 ‘낙하산 부대’ 운용 조달청 관계자는 국회에 이어 조우회 낙하산 인사를 묻는 <한겨레>에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모르는 일이다”고 개입을 부인했다. 회의 녹취록 존재 사실을 알리자 “그런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며 임원 선출에 정부기관이 왜 간여하느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현 조우회 권아무개 이사장도 조달청 추천 여부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조달청 내정 그런 것은 전연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우회 회장(주로 조달청장 출신으로 비상근 명예직)을 역임한 인사들은 “법률상 조우회 대표인 이사장 등 3명의 임원은 모두 조달청장이나 차장의 추천으로 선출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 조우회장 ㄱ씨는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회장 때 조달청에서 ‘퇴직하는 ㅇ씨를 이사장으로 받아달라’고 해서 받았다.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조달청에서 보내준 사람은 무조건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조우회 부회장을 지낸 ㅈ씨는 “30여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조우회 자체에서 임원을 선출한 적이 없다. 조달청은 그동안 정년 3년 전에 명예퇴직을 시키면서 조우회에 내려보냈고, 이는 마치 명예퇴직 수당을 주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 ‘조피아’ 양산, 조달청 결국 ‘밥그릇’에 손 못 대 조달청이 조우회 이사장으로 보낸 인사는 1983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모두 19차례다. 이사장을 포함해 3명으로 계산하면 모두 57명이다. 이 때문에 조우회를 통해 벌어진 비리와 방만경영, 수의계약 같은 문제가 나타나도 지금껏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청 관계자는 “조우회는 민간단체여서 정기 감사 규정은 없고 문제 있을 때만 감사를 한다. 2007년과 2014년 두 차례 정도 감사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0월 조우회 제75회 임시총회에서 회장은 “(조달청의 낙하산식 인사 추천은) 관피아 문제 때문에 3명을 받아주는 것을 조우회에서 유지해줘야 하는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나올 자리가 없으니깐, 몇 년 지나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으니깐 거쳐 갈 수 있도록”이란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조달청이 퇴직 공무원들의 친목단체인 조우회를 이용해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개정된 현행 공직자윤리법(관피아 방지법)은 공무원이 퇴직일부터 3년 동안,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는 물론, 대학·병원 등 비영리법인에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홍용덕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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