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진희 알림' 오보 발뺌하던 기상청, 웹기록 들이대자 "테스트 중 실수"

유준호,송민근 2016. 9. 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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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실전 테스트하다 민간 알림앱에 노출..4만명에 '규모 5.8' 전송지진 관측장비 5대 중 1대 연한초과·잦은 고장
지난 22일 경주에서 오후 4시 5.8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고 오보를 띄운 지진희알림. 이는 기상청의 송출테스트 때문인 것으로 매일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진=지진희알림 캡쳐]
지난 12일 경북 경주 일대에서 일어난 규모 5.8 강진 이후 이례적인 여진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실한 지진 대응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상청이 긴급 재난 문자 송출 시스템을 점검하면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테스트' 내용을 홈페이지에 송출했고, 이 정보가 민간의 메신저 기반 '지진 알림' 애플리케이션(앱)에 그대로 노출돼 대혼란이 일어난 사실이 매일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 21일 규모 3.5의 경주 지진 여진 발생 시 정부 재난 문자보다 빨리 경고해 화제를 모은 '지진희알림' 채널은 22일 오후 4시 4분 '2016-09-22 16:00:00 규모:5.8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이라는 내용을 통보했다. 당시 3만6000여 명이 내용을 받아 봤고 실제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해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 거센 비난이 빗발쳤다.

해당 채널은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지진 관련 게시글을 30초마다 검사해 1분 안에 지진 관련 글이 20개 이상 올라오면 즉시 SNS 알림을 보내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경주 지진 사태 때 정부 대처보다 빠른 대응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이번 오보로 '집단 지성'을 이용한 지진 경고가 심각한 오류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매일경제 취재 결과 이번 지진 오보 사태 원인은 기상청의 부주의한 '지진 문자 발송 시스템 점검'에서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기상청이 국민안전처와 함께 긴급 재난 문자 발송 시스템 테스트를 실제처럼 진행하는 과정에서 테스트 내용이 고스란히 '국가지진종합정보시스템(Necis)' 홈페이지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테스트 중이라 조기 경보 시스템과 연계된 재난 문자는 발송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홈페이지상 '지진조기경보' 항목에서 해당 내용을 '지진희알림' 측이 확인해 '지진 발생' 문자를 전송해버린 것이다.

당초 기상청은 매일경제에 "해당 시스템은 직원 개인이 조작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고 우리가 오보를 내보낸 사실도 없다"고 실수를 강력 부인했다. 아울러 기상청 직원은 '지진희알림' 채널 개발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게시한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일경제와 개발자가 웹페이지에 올라온 웹로그 기록(시스템 입력 기록)을 보여주자 "재난 문자 송출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홈페이지상에서 아주 잠깐 노출됐던 것"이라며 "훈련을 사실처럼 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은 해명했다.

기상청은 "지진희알림 측이 말하는 것처럼 조기 경보 시스템상에서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노출한 것은 절대 아니고 홈페이지상에서만 노출된 것"이라며 "웹로그 기록상에 '테스트'라는 내용이 붙어 있어 혼돈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기상청은 12일 최초 발생했던 진앙 위치조차 잘못 판단해 22일 급히 수정한 바 있다. 믿음이 안 가는 건 시스템 운용 능력뿐만이 아니다. 전국 지진 관측 시설 5곳 중 1곳이 내구연한을 넘긴 채 노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상청의 장비 관리 부실 실태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진 관측 장비가 올해로 내구연한을 다하는데도 장비 교체 시기조차 잡지 못해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매일경제가 장석춘 새누리당 의원실(경북 구미을)에서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 영광, 경북 울진 등 원전 인근 지진 관측 장비는 올해로 내구연한을 다한다. 한빛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과 고리·신고리·신월성 등 원전을 근처에 두고 있는 부산의 지진 관측 장비는 2007년 12월 설치됐고, 한울원전이 있는 경북 울진의 지진 관측 장비 역시 같은 해 11월 설치됐다.

지진 관측 장비의 내구연한이 9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들 장비는 내년 초부터 수명을 다하는 셈인 데다 지난 3년 사이에 고장도 잇달아 장비 교체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경북 울진의 지진 관측 장비는 2014년 4일이나 고장을 일으켰고, 부산 지진 관측 장비 역시 같은 해 4일이나 고장으로 작동이 멈췄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들 장비의 교체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의 '지진 관측 장비 설치 장소와 내구연한 초과 현황'에 따르면 올해 교체 예정인 노후 지진 관측 장비는 19곳, 내년에는 16곳이다. 하지만 이들 장비는 모두 해당 계획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문제는 기상청의 장비 교체를 기다리는 노후한 지진 관측 장비가 5곳 중 1곳에 달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전국 지진 관측 시설 150곳 중 35곳이 내구연한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경남 일대 지진 관측소 9곳의 장비가 내구연한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원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예산상 내구연한이 오래 지난 것부터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후한 지진 관측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예산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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