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여성을 증오한 사회..10년뒤

서정아 부국장겸경제부장 2015. 8. 2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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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정아 부국장겸경제부장]

"'경단녀, 취준녀'라고 하지말고 경력단절여성이라고 풀어서 써 주세요. 그게 길다면 '경단여성'이라고 한글자만 더 넣어 주세요"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한 공무원이 언론사를 향해 이런 호소를 해왔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매일 나오는 'XX녀' 시리즈. 십중팔구 여성에 대한 안좋은 글들이다. 이 공무원은 'XX녀'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굳이 '경단녀'라는 단어를 쓰면 여성비하표현과 같이 도매금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나도 처음에 '경단녀'라길래 여성 경리직원이 사고라도 친 줄 알았다.

'된장녀'부터 시작된 것 같은 이런 제목의 글이나 기사는 이제 쳐다보지도 않는다. 세상 인구의 절반인 여성만 사고를 치는 것인가. 의문이다. 실제 법을 위반한 사건기사의 가해자, 용의자를 검색해보시라.

그러더니 어느날 '맘충'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진상을 부리는 애기 엄마들을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일상에 서 접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못마땅하다고 '벌레'라는 딱지를 붙이고, 심지어 언론사들도 그대로 쓴다. 여성 남성을 떠나서 그 용어를 사용할때 고민을 조금이라도 했던 것일까.

이쯤되면 궁금한 것이 있다. 여성을 그렇게 증오해서 과연 남는 것은 무엇일까. 여성이 돈을 못쓰게 하는 것? 군에 가지 않았으니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고 결혼해 남편에게 '집밥'을 차려주는 것?

이런 한편에서는 '저출산이 문제다, 이대로 가다간 나라 망한다'는 소리를 한다. 또 정체돼있는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집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훈계한다.

실제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43만명대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모 고령화 영향으로 아이를 한 명만 낳는 경우가 늘어, 둘째아 출생수는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3만5400명으로 전년보다 1000명(0.2%) 감소했다. 둘째아와 셋째아 이상은 전년대비 각 0.2%, 3.4% 감소했다. 둘째아 출산은 16만5300명으로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출산파업'(baby strike)이 지금 눈앞에 일어나고 있다. 정부에서 뒤늦게 여성정책을 발표하고 캠페인을 벌여도 남의 일 같이 느껴진다. 물론 여성관련 정책은 일보전진했고, 출산 육아 휴직등에 대한 분위기는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향한 공공연한 멸시·증오· 배척은 여전하다. 여성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인생을 함께 살아갈 파트너를 만나 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는 게 마치 모험처럼 여겨진다.

화장실이나 대중목욕탕에 들어가면 몰카로 의심되는 나사부터 살펴봐야 하는 사회,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행을 당해 신고해도 미온적인 경찰과 검찰을 둔 사회. 이 속에서 경제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혼하고 자식을 많이 낳으라니...

타인에 대한 증오가 일상화되면 그 결과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지나간 역사속에서 숱하게 봐왔다. 무심코 가세한 조롱과 증오의 화살은 다시 나에게로, 내 가족에게로 오게 돼 있다. 최근 발간된 소설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저)는 20대 후반 여성이 제목 그대로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선택한다. 실제 많은 20,30대 여성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고, 떠나고 있다. 이런 현상마저 지금은 손가락질하겠지만 '여성들의 한국탈출' 10년, 20년 뒤를 상상해보시라.

서정아 부국장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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