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민주정부를 다시 수립하자
3년 전 우리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가 당선된 뒤에도 적지 않은 국민들은 내심 기대가 없지는 않았다. 워낙 전임 이명박의 5년 국정이라는 것이 깡패 수준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명박이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라는 가당치도 않았던 예견을 곱씹고 있다.
이제 박 대통령은 거의 막가파 수준이 돼 버렸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자신이 ‘올바르다’고 여기는 그 무언가를 향해 단호하게 걸어간다. 그의 길을 가로막는 이는 혼이 나간 것이고 비정상적인 것이다.
도대체 3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질문은 박 대통령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향한 질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았길래 제2의 박정희를 이 땅에서 다시 보게 되었는지 묻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다 이뤄진 줄 알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내 손으로 뽑는 게 민주주의인 줄 알았다. 그리고 설마 그렇게 어렵게 이뤄낸 민주주의를 누가 훼손할까라며 등한시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뤄낸 민주주의는 반쪽 민주주의, 절차만의 민주주의였다. 모든 권력을 대통령이 쥐고 있는 제왕적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인 줄 착각하고 살았다. 그 부실한 민주주의의 틈새를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수구세력들이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다.
처음부터 그들이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들이 입시경쟁, 취업전쟁,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에 시달릴 때 그들은 어둠 속에 웅크린 채 국민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조금씩 권력독점에 다가서기 시작했다. 반대 여론은 종북주의로 덧칠하고, 보수언론을 동원해 여론을 왜곡하고, 저항하는 이들은 가혹한 법의 잣대로 억압했다.
점차 자신에 찬 그들은 이제 역사마저 도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방점은 친일·독재 세력의 미화에 있지 않다. 살아 있는 현재 권력, 즉 박 대통령의 찬양과 미화에 있다. 이 땅에서 가장 역사적 평가가 두려운 것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3년간의 실정으로 그는 무능·독단의 표본이 돼 버렸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다. 자신의 실정과 무능이 후세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보수정권의 계속된 집권이다. 이제 그들은 이 전제조건을 갖춰내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이미 그들의 장기 집권 시나리오는 시작됐다. 벌써 개헌을 입에 올리고, 주요 부처 장관들을 총선에 차출하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 특조위원과 국정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원 간부까지 줄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내년 4월 총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다.
다시 한번 민주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이 땅에서 독재권력이 영구집권을 꿈꾸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거판이 싫다” “정치라면 신물이 난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투표행위”라는 패배주의를 떨쳐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은 시대의 사명감으로 투표장으로 몰려가야 한다. 나이든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몰려가야 한다. 그래서 60~70대가 산업화 세대, 40~50대가 민주화 세대이듯 20~30대는 내년 총선을 통해 선거혁명 세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것이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시대정신이다. 더 이상 불량국가의 불행국민이라고 자학해서는 안된다. 불량국민이 불량국가를 만드는 것임을 자각하자. 지난 3년 아니 이명박 시절부터 우리는 잘 보아왔다. 누가 어떤 짓을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를. 그들을 한 명 한 명 가슴에 새기자. 기억하고 또 기억하자.
말이 혁명이지 이 혁명은 너무도 쉽다. 화염병을 들 필요도 없고 경찰의 살인 물대포를 맞지 않아도 된다. 남영동에 끌려가 고문 당하지도 않는다. 그냥 투표소로 가서 손가락을 움직이면 된다. 다만 찍기 전에 선거벽보 속의 그들 중 누가 국민들의 눈치보다 최고권력자의 눈치를 더 보았는지를 찬찬히 되새기고 기억해내면 된다.
그래서 내년 4월, ‘손가락 혁명’으로 민주정부를 다시 수립하자.
<배병문 대중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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