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필리버스터 퇴각"..대체 누구의 결정인가?

입력 2016. 3. 1. 12:36 수정 2016. 3.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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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원내대표 의견 묵살한 ‘비상대권’ 김종인의 ‘독단’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며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3월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9번째 무제한토론을 마친 전정희 의원을 격려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내일 9시 원내대표실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관련 중대 발표한다.”

29일 밤 11시45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불려갔던 이춘석 원내 수석부대표가 3분만에 나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시각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홍익표 더민주 의원이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27번째 주자로 발언을 이어가고 있었다. 원내대표의 ‘중대 발표’란 150시간을 돌파한 필리버스터의 중단을 뜻했다. 27분 뒤 박영선 비대위원이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야당에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 한다. 이런 공룡당이 야당에 뭔가 뒤집어 씌우는 건 무능을 스스로 입증하는 거다. 그래서 내일 수정안 내고 우리 스스로 필리버스터 중단하고 소수 야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4.13 총선 때 과반 이상 달라고 마지막으로 호소할 거다.”

테러방지법 반대 토론을 하려는 야당 의원들이 줄을 서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퇴각을 선언한 2016년 2월29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여곡절 끝에 28일 선거구 획정이 끝난 뒤 야당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전략은 기로에 섰다. 변경된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안이 가부간에 먼저 처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임시국회 회기인 3월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끌고 가 여당의 수정안을 끌어내든지, 아니면 선거법 처리를 위해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든지, 선택이 필요했다. 오전부터 이종걸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를 타임라인 형식으로 정리했다.

1. 2월29일 오전 10시15분.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필리버스터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필리버스터 전략) 출구는 뭐 자연출구… 3월10일이다. 국민들에게 그냥 간절한 호소를 보여주는 일 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만큼 가질 수 있느냐는 맥시멈 10일이다.”

그러나 오전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 재선의원은 비대위 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김종인 대표는 오늘 선거법 통과시키고 끝내자고 했다. 어차피 선거구 획정안은 야당이 빨리 해주자고 했던 거니까. 오늘 놓치면 3월10일까지 끌고 가야 하는데 그러기 힘들다는 논리, 이런 분위기가 더 많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대로 그냥 물러설 순 없다는 것이고.”

2. 오후 1시 의원총회. 이종걸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여야 합의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정회하고 선거법을 처리한 뒤에 테러방지법 토론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물론 새누리당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3. 저녁 7시45분. 이종걸 원내대표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낸 테러방지법 중재안을 비대위원들에게 설명하러 당 대표실로 왔다. “필리버스터 중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원내대표는 “아니다. 아직 힘이 성성하다”며 일축했다.
4. 저녁 8시15분. 당 대표실에서 나온 이종걸 원내대표는 “현재로서 중단은 아니다”라고 두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국회 본회의장으로 갔다.
5. 저녁 9시15분. 이종걸 원내대표가 김종인 대표를 만나러 당 대표실로 들어갔다. 7분 뒤 박영선 비대위원도 대표실로 들어갔다.
6. 저녁 9시30분. 당 대표실에서 나온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역풍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항해에는 항상 역풍이 있다.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다.”
7. 저녁 9시30분부터 시작된 의총이 11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의총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나왔다.
“필리버스터 중단하는 적절한 지점의 선택이 필요하다.”
“필리버스터를 이렇게 중단할 수 없다”
8. 밤 11시10분. 의총 종결
이언주 원내대변인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원내대표한테 위임하기로 했다. 원내대표가 비대위에 가서 상의하고 진전된 상황을 공유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며 진행중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의 중단 소식이 알려진 3월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야당 의원이 속보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계속”을 주장했지만 빨리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김종인 대표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원내 당직자는 “김종인 대표가 생각보다 강경하다. 당장 내일부터 선거 책임지라고 폭격할 텐데 어떻게 할 거냐고. 안보 이슈는 우리에게 불리한데 경제 이슈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귀띔했다.

결국 상황은 비상대권을 쥐고 있는 김종인 대표의 뜻대로 정리됐다.

9. 밤 11시10분. 이종걸 원내대표 비대위 회의 들어감.
10. 밤 11시42분. 이춘석 원내 수석부대표 비대위 회의 들어감.
11. 밤 11시45분. 이춘석 부대표 “내일 9시 원내대표실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관련 중대 발표한다.”
12. 3월1일 새벽 0시14분. 당대표실에서 나온 박영선 비대위원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야당에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 한다. 이런 공룡당이 야당에 뭔가 뒤집어 씌우는 건 무능을 스스로 입증하는 거다. 그래서 내일 수정안 내고 우리 스스로 필리버스터 중단하고 소수 야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4.13 총선 때 과반 이상 달라고 마지막으로 호소할 거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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