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그 하자는 건가, 정치 하자는 건가

2016. 8.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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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제동 씨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언 논란은 우리의 한심한 정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며칠 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장관을 싸잡아 “그들은 성주의 일에 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성주에 주민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외부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또 헌법을 조목조목 해석하며 “진짜 외부세력은 사드”라고도 주장했다. 사드반대 시위에 외부인이 개입했다는 경찰수사 결과를 뒤집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시위에 가담할 권리가 있다고 내세우려는 의도였을 게다. 하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에 대해 ‘외부인’ 딱지를 붙이다니, 더 할 말을 잃는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일개 개그맨의 어쭙잖은 독설에 시비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탁월한 헌법 실력과 논리에 감탄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그 연설 동영상을 보라고 권유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통합위원장도 “김제동 씨 발언을 보고 좀 배우라”고 밝혔다고 한다.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의 수많은 갈등 국면에서 한낱 외부세력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인가.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할 소리가 있고 해선 안 될 소리가 있다. 한낱 객기 어린 망언을 나무라진 못할망정 두둔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선동의 빌미로 삼는 것은 박 위원장이나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서 마땅한 처신이 아니다. “이게 도대체 정치인가, 개그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습에 우리 젊은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를 생각하면 앞이 깜깜할 따름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안 없이 비판과 갈등으로 국민을 반목시키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기로 내모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대중, 특히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연예인들이 계몽 수준을 넘는 과도한 정치적 언행으로 사회 분열에 앞장서는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주제넘은 ‘야당 역할론’을 내세워 방중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막상 현지에서 절제된 모습을 보이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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